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해 236명의 경제 석학과 정보기술(IT) 리더들이 14일 “인공지능(AI)이 앞으로 10년간 훨씬 더 강력해질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AI가 산업혁명보다 더 짧은 기간에 훨씬 더 큰 전례 없는 전환을 우리 경제에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IT 리더들은 AI발 대량 실업 등의 경고를 해 온 반면 경제학계는 대체로 기술 혁신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해 왔다. 이처럼 견해가 달랐던 두 그룹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경고음을 낸 것이다.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We Must Act Now)’는 제목의 이 성명에는 잭 클라크 앤스로픽 공동 창업자,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 IT업계의 내로라하는 리더들과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AI가 대규모 일자리 대체 등의 위험을 불러오는 동시에 생활 수준의 주요한 향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술이 가진 양면성을 강조했다. 인력 구조조정이 까다로운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AI발 대량 해고는 아직 없지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일자리 등에서는 AI의 일자리 잠식이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3년간 사라진 청년 일자리 21만 개의 98%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이었다.
AI발 고용 쓰나미의 단기 충격은 피할 수 없다고 해도 법과 제도의 둑을 잘 쌓으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성명서는 “AI가 인간을 보완하고 사회에 편익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동기부여와 안전장치, 제도를 만들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인간 능력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진화하도록 유도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제언이다.
우선 AI 확산과 고용 시장 충격부터 정확하게 측정하고 진단해야 한다. 여기에다 실업보험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기술 변화에 맞는 인재 양성과 교육 시스템 투자도 필요하다.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과정을 늘리고 구직 수당을 주고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경직적 노동제도와 갈등적 노사관계는 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래주머니’와 같다. 노사 관계를 개선하고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높여 기업들이 청년 채용에 적극 나서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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