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홍수영]쫓아내기 좋은 ‘타이밍’이란 없다

  • 동아일보

홍수영 오피니언팀장
홍수영 오피니언팀장
이쯤 되면 문제는 더 이상 장동혁 대표가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 110명 중 장 대표가 내년 8월까지 남은 임기를 잘 마쳐야 한다고 여기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지난달 17일 의원총회에선 장 대표 퇴진론이 쏟아졌다. 너도나도 손을 드느라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 수가 80여 명까지 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윤(친윤석열)계 등 구(舊)주류, 영남 다선 의원들도 장 대표와 거리감이 뚜렷해졌다. 그런데도 한 달째 장 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張“니가 가라 하와이”, 누가 만드나

장 대표는 더 기괴해지고 있다. 미국 의사당 앞 ‘화보샷’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에서 “재명아 고등학생 말고 나랑 싸우자”라고 쓴 팻말을 들고 “부정선거!” 구호를 외쳤다. 제1야당 대표가 보여야 할 정상 범주에서 벗어났다. 류여해를 기억하는가? 2017년 첫 대통령 탄핵 직후 강성 당원들에게 올라타 최고위원직을 꿰찼던. 당과의 ‘홀로 투쟁’을 부각하려고 인형을 안고 다니고, 우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생중계하며 당을 조롱거리로 만들던. 점잖은 체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장 대표는 당시의 류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제명시켰다. 결정 과정은 거칠었지만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정 능력은 있었다. 지금은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단골 전술인 선출직 최고위원의 줄사퇴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마다 장 대표를 쫓아내기 좋을 ‘타이밍’만 보기 때문이다. 지금 장동혁 체제가 무너지면 당헌에 따라 두 달 안에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 그 대표는 잔여 임기만 채운다. 즉,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반면 잔여 임기가 6개월보다 적어지는 내년 2월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공천권을 손에 쥘 가능성이 커진다.

당권을 노리는 인사들은 자칫 장 대표가 못 버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내년 8월까지 별 실익도 없이 당을 이끌고 싶진 않으니. 안철수 의원이 엉뚱하게 장 대표에게 “수도권 중심 정당을 위한 능력을 보여 달라”라고 주문하고,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의 위험한 행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집안싸움만 (언론에) 나온다”고 지적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나 의원은 6월 말 자신의 일정과 메시지를 알리는 카카오톡 공보방을 꾸렸다.

의원들은 당권의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가늠하며 세월아 네월아 한다. 공천권을 누가 쥘지 확실해져야 줄을 설 수 있으니. 장동혁 체제 붕괴의 키를 쥔 신동욱, 김재원 최고위원은 풍향계를 살핀다. 당내 사퇴론이 거세지면 언젠가는 몸을 던져 ‘논개 작전’을 펼치겠지만, 희생 몸값을 극대화할 시점을 따지려는 것이다.

이 복잡한 계산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 ‘질서 있는 퇴진론’이다. 당 내홍을 드러내느니 장 대표 스스로 사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얘기다. 그리하여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사퇴론이 봇물 치는 순간은 1차로 11월, 2차로 내년 2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는 ‘자기 정치’

정치는 원래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장 대표의 기괴한 행동에 낯 뜨겁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못 본 척하는 게 예술인가. 누가 그것을 정치라고 정의했는가. ‘자기 정치’ 공방에 빠진 여당 당권 주자들이 울고 갈 자기 정치의 귀재들이다. 그 사이 지방선거 직후 29%(한국갤럽 기준)까지 반등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내려앉았다. 보수 지지자들은 혀를 찬다. “장동혁 하나 못 끌어내는 이들에게 뭘 맡길까.” 또 장 대표는 머지않은 시간에 당 혁신 방안을 국민께 내놓겠다며 착착 연임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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