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징역 15년 구형…특검 “대한민국 법 위에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일 18시 17분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여원도 구형
“대통령 배우자 지위 남용해 특권적 행태
주가조작 홀로 면책, 사법시스템 무력화
종교단체 결탁해 정교분리 원칙 무너뜨려”
金 “억울한 점 많지만 잘못한 점도 많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 12. 3 사진공동취재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 12. 3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특검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20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는 내년 1월 28일이다.

특검은 중형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 지위를 남용해 수차례 출석 요구 불응하거나 1년이 지난 뒤에야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일반 국민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적 행태 보여왔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실례를 끼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김 여사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자본시장법 및 알선수재 범행 대해서 징역 11년, 벌금 20억 원 및 추징 8억1144만3596원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대해선 징역 4년 및 추징 1억3720만 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구형 이유를 설명하며 “헌법 질서 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 밖에 존재할 수 없다”며 “그런데 피고인만은 그동안 대한민국 법 밖에 존재해왔고 대한민국 법 위에 서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십수년 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 이후 모든 공범들이 법대 앞에 섰으나 피고인만은 예외였다”며 “국민 모두가 무참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바와 같이 그렇게 피고인은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김 여사와 통일교 커넥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종교단체와 결탁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 무너뜨렸으며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과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국가 통치 시스템을 붕괴시켰다”며 “지금도 법이 본인이 자행한 불법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 기간 동안 본인의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서는 한치의 소홀함도 보이지 않았으나 본인이 저지른 잘못 관련해 본인만이 밝힐 수 있는 진실의 영역에 관하여는 철저히 침묵과 은폐로 일관했다”며 “진술거부권에 숨어 어떠한 진정한 참회도 거부하고 있다”고 중형을 구형한 이유를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가 재판 과정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대법원에 따르면 객관적이고 명백한 물증이 이미 확보되어있음에도 진실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기망하려는 시도는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가중 양형 조건으로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부끄럽게 기록될 법치 파괴 행위는 일반인이 통상 범위 내 저지를 것이라고 마련된 기존 양형이 포섭할 수 있는 차원을 크게 넘어섰다”고도 했다. 이어 “피고인에 대해 현재 마련된 양형 기준 범위 내 각 최고형이 선택되더라도 부족함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최후 진술에서 “너무 정말 억울한 점이 많지만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어떤 자리에서 너무 잘못한 점이 많은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해서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그건 좀 다툴 여지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저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실례를 끼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특검은 앞서 8월 29일 김 여사에게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김 여사는 2010∼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공모자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여사 측은 “단순히 자금을 댄 전주(錢主)”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특검은 김 여사가 3800여 차례 통정·이상 거래를 통해 약 8억1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등 적극적으로 공모했다고 봤다. 이에 김 여사 측은 “주가 조작 공범들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일부만 발췌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억 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개인적 목적에 따라 실시한 여론조사를 카톡으로 몇 차례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더해, 김 여사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민원을 청탁받고 2022년 4~7월 샤넬 가방 등 총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도 받고 있다. 김 여사 측은 처음에는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다가 최근 가방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단, 영국 그라프사의 목걸이는 여전히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금품을 대가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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