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1만4036정, 식욕억제제 1만9264정 동시 처방
전진숙 의원 “관리시스템 마비 수준…전면 조사해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5.9.29/뉴스1
한 명의 의사가 졸피뎀 1만4036정과 식욕억제제 1만9264정을 단 한 번에 처방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행위의 시작 시점과 반복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6월 16일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 분석 과정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비정상적 처방 내역을 확인하고 당일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해당 의사는 졸피뎀과 식욕억제제 등 마약류 사용 보고를 하지 않아 재고량이 맞지 않자 본인 명의로 허위 처방을 입력해 재고를 맞춰온 사실을 인정했다. 환자 치료 목적이 아닌 시스템상 재고 조작을 위한 허위 보고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해당 행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얼마나 반복됐는지,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했는지, 실제 환자에게 투약됐는지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한 질의에 식약처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인지한 후에도 3개월이 지난 9월 10일에서야 해당 의사를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 의뢰하고 같은 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를 진행했다. 이는 사실상 사건이 터진 뒤 뒤늦게 수습에 나선 수준의 대응에 불과한 것이라고 전 의원은 꼬집었다.
졸피뎀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하루 1정, 최대 4주 이내 복용 권장이 원칙이다. 식욕억제제도 복용 원칙이 같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해당 의사가 한 번에 처방·보고한 졸피뎀은 38년 치, 식욕억제제는 53년 치 분량으로 정상적인 의료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 약물이 불법 유통되거나 범죄에 악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진숙 의원은 “한 명의 의사가 수면제와 식욕억제제라는 두 가지 마약성 약물을 동시에, 그것도 수만 정 단위로 처방했다면 이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붕괴한 사안”이라며 “식약처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있다.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이 아닌 ‘마비 시스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 오남용을 막기 위한 국가 핵심 장치임에도, 식약처의 관리 부실로 허위 보고와 대량 처방이 가능했던 것은 중대한 직무 유기“라며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약류 재고·보고 실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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