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 한남동 관저 이전 의혹 감사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3일 14시 07분


오세훈 ‘한강리버버스’-방통위 등 29건 감사

서울 종로구 감사원./뉴스1 ⓒ News1
감사원이 올해 상반기 대통령실과 서울시,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현 정부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의결된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국회가 감사요구안을 가결하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3개월 안에 결과를 보고하도록 현행 국회법에 규정돼있다. 감사원이 국회의장 승인을 받을 경우에는 추가로 2개월 더 감사할 수 있다. 국회가 지난해 9월~올 1월 사이에 감사요구안을 집중적으로 의결한 만큼 감사원은 늦어도 올 2월부터 6월 사이에는 감사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 오세훈 주도한 ‘한강리버버스’도 감사대상에

황해식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은 13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5년도 연간 감사계획을 발표했다. 황 실장은 “국회의 감사 요구사항 총 29건이 접수돼 처리 중”이라며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신속히 감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의 한남동 관저 이전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감사 준비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남동 관저 안에 드레스룸과 사우나 시설이 불법 증축됐다는 의혹, 관저 안에 한옥 정자를 시공했던 업체가 이후 법무부의 254억 원 규모 공사 용역을 따냈다는 의혹, 국토교통부가 용산공원 시범 개방 행사를 하면서 실제로는 ‘대통령실 집들이’에 가까운 행사를 해 결과적으로 예산을 불법 전용했다는 의혹도 감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로 서울시와 해양수산부가 ‘한강 리버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제 타당성 조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국회의 감사요구안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제2 세종문화회관’ 사업 부지를 전임 고 박원순 시장 당시 검토하던 영등포구 문래동 부지에서 여의도공원으로 바꾼 경위도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유튜브에 나와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걸 하는 집단”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긴 것인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탄핵소추됐지만 올해 1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기각돼 복직한 상태다.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이 ‘우편향 논란’을 빚은 역사교과서 검정 절차에 참여했다는 의혹, 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에 검사들이 반대 성명을 발표해 국가공무원법을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감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올 상반기 전국 15개 공항을 대상으로 항공 안전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최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흙둔덕에 여객기가 부딪히면서 폭발한 참사,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 등을 계기로 감사원이 항공안전에 대한 대대적 전수조사에 나선 것. 감사원은 올 한해 83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 대해 정기감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국회 감사요구만 ‘29건’ 유례없는 폭증

국회는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 간 총 29건의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는데 이는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감사원이 발간하는 감사 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회의 감사요구 건수는 2020년 12건, 2021년 8건, 2022년 5건, 2023년 8건, 2024년 21건, 올 1월 8건 수준이었다. 지난해(2024년)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전년(2023년) 대비 3배 늘어난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감사원에 대해 ‘야권을 겨냥한 편향적 감사를 한다’고 비판해왔는데, 도리어 지금은 감사원을 현 정부를 겨냥한 칼 처럼 사용하는 것처럼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회의 감사 요구는 폭증했지만 지난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삭감되면서 감사관들이 출장을 갈 때마다 개인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그동안 지방의 공공기관을 감사하기 위해 출장을 갈 때 KTX(고속철도) 이용 비용과 현지 숙박비, 하루 2만 5000원의 식비 등을 출장 여비로 제공해왔다. 이외 현지 교통비나 제보자 면담 당시 드는 비용 등은 감사원이 특정업무경비에서 지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회가 감사활동에 쓰이는 특수활동비(15억1900만원)와 특정업무경비(45억1900만원)를 전액 삭감한 것. 황 실장은 “당장 국회 감사요구를 비롯한 감사 업무는 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된다면 최대한 국회에 가서 ‘기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경비를 반영해달라’고 설명을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감사원#대통령실#관저 이전#오세훈#한강리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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