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미국 맹비난 나선 北…대미라인 표면화로 ‘협상 여지’ 주목

  • 뉴스1
  • 입력 2024년 4월 25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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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미국을 향한 날 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틀 만에 대미 담화 4건을 발표하고 4년여 만에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등장하면서 역설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소위 ‘대미라인’의 활동이 가시화된 측면이 있다.

김은철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종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비난했다.

김 부상은 “새로운 제재판을 펼쳐놓는 경우 우리는 거기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힘의 상향조정에 필요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의 담화는 지난 2019년 12월 3일이 마지막으로, 이번 담화는 약 4년 4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지고 북한이 미국에 ‘연말 시한’을 제시했던 당시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미국을 향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라고 태도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리태성의 명의의 이름으로 담화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아닌 ‘외무성 부상’으로만 언급됐었다. 리태성은 지난 2021년 9월 낸 담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최대 장애물’로 꼽는 등 한반도 사안에 대한 입장을 냈었다.

이후 주로 북한이 미국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낼 땐 주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 담당 부상 자리가 없어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2019년 제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회담)이 결렬과 ‘연말시한’의 무산 이후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 취해진 조치라는 추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은철 부상의 담화로, 사라졌던 미국 담당 부상 자리가 부활했거나 중단됐던 활동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김 부상의 담화를 포함해 이틀 만에 미국을 겨냥한 공식 입장을 총 4건 발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여정 부부장과 임천일 외무상 부상, 외무성 대외보도실장의 담화를 모두 신문에 게재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하고 최근 진행한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 등 군사행동을 ‘자위권에 해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해 졸개들을 긁어모아 힘을 자랑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미국과 동맹국가들의 안보는 보다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익명의 외무성 대외보도실장은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북한의 군사 훈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과 위협이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당한 방위력 강화가 불법으로 매도되는 비정상적인 행태가 관습화되는 데 대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임천일 부상은 미국 하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이 통과한 것을 지목해 비난했다.

이러한 담화들은 모두 북한이 미국의 주요 행보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날 담화들이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이 미국을 ‘상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있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북한은 올해 초 일본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집중 담화를 낸 바 있다. 대화를 앞둔 ‘기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엔 미국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표면적으로 대대적인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북한의 대미라인 공개는 곧 북미 간 물밑 접촉 재개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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