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점령한 ‘수원 벨트’ 탈환에 사활 거는 국민의힘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2월 23일 0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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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부터 민주당 강세… 이수정 이어 방문규 투입하며 총력전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경기 수원이 떠오르고 있다. 수원 5개 선거구를 모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정치 신인’을 대거 출마시키면서 수원 탈환을 목표로 하면서다. 이미 경제 전문가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각각 수원갑, 수원정 지역구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표 참조).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수원에 차출되는 등 여권은 수원 벨트 탈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약 120만 명의 수원은 오랜 기간 ‘민주당 강세’가 이어진 도시다. 19대 총선과 그 재보궐선거 당시 수원병 지역구에서 남경필 후보(한나라당)와 김용남 후보(새누리당)가 당선한 것을 제외하면 3번의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수원정 지역구(분구 전 수원 영통)에서는 17대부터 21대에 이르기까지 매번 진보 정당 후보가 당선했다.

남경필을 낸 수원이…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박광온 전 원내대표 등 당내 영향력 있는 인물도 여럿 배출했다. 김 의장은 20대 총선에서 수원무 지역구가 신설되자 이곳으로 선거구를 옮겨 수원 지역에서만 5선에 성공했다.

당초부터 수원이 민주당 텃밭은 아니었다. 남경필 전 의원이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내리 5선에 성공한 지역이 수원이다. 남 전 의원은 수원에서의 다선 경험을 발판 삼아 2014년 경기도지사에 당선했고, 이후 ‘보수 잠룡’으로 분류돼 한때 대권을 넘보기도 했다. 실제로 남 전 의원 외에 정미경 전 의원(18·19대), 박종희 전 의원(16·18대) 등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적잖다.

그런데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재보선을 제외한 3번의 총선에서 단 1명의 당선인만 낸 지역으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20대 총선부터 수원에서는 보수 정당 후보가 단 1명도 당선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효과’를 민주당 강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지사를 지낸 것이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수원은 본래 시민단체, 민중운동단체가 강세였던 지역인데 이재명 전 지사가 대권 주자로 커가면서 추종 집단이 세력화됐다”고 말했다.

‘지역 발전’ 역시 민심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원 일대에 ‘광교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진보 성향을 띠는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됐는데, 이것이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채 교수는 “수원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중산층 욕구도 반영됐을 것”이라며 “도시 발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이재명 대표에) 호응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각종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진행했다.

다만 부동산시장 발달은 향후 수원 표심에 양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만큼 지역 주민도 보수화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수원 민심 잡을 후보는 누구?
복잡다단한 수원 민심을 잡기 위해 여권이 고심 끝에 꺼낸 카드는 무엇일까. 수원은 단일 시군 기준 경기에서 가장 많은 선거구를 가진 지역이다. 수원에서 승패가 경기 지역의 여론에도 적잖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수원 벨트 탈환 가능성이 큰 후보를 발굴하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여권은 대중성과 전문성을 키워드로 후보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국민의힘 ‘1호 영입 인재’인 이수정 교수가 수원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수원 벨트에 대한 여권의 관심을 방증한다. 이 교수는 12월 19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경기도의 명실상부한 정치·경제·행정·교육 1번지 수원정이 성장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하고 안전한 지역이 되도록 헌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정은 민주당 박광온 의원 지역구다.

국민의힘은 이 교수 외에도 수원에 연고가 있는 인물을 적극 발굴하며 수원 벨트 탈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 출마가 사실상 내정된 인물들 면면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의지가 읽힌다. ‘임기 3개월 장관’인 방문규 장관을 무리해서 차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방 장관은 국민의힘으로부터 수원 출마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원 출신으로 지역 명문고인 수성고를 나왔다. 방 장관은 수원병 또는 수원무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두 지역구 모두 상대가 만만찮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수원병의 현역의원이다. 수원무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터줏대감이지만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다만 3선 수원시장 출신인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해당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수원정에서 출마할 것으로 전망되는 김현준 전 국세청장 역시 방 장관과 수성고 동문이다. 김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국세청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냈다. 그는 22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12월 12일 수원갑에 일찌감치 등록한 뒤 “수원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장안구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 새로운 변화의 힘이 필요한 시기”라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갑 현역의원은 ‘처럼회’ 소속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다.

변화하는 민심
최근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상황이 마냥 나쁘지만도 않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후로 수원 지역 민심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적잖다. 2021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6.3%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50.0%)에게 3.7%p 차로 패했지만 당초 민주당 강세 지역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특히 수원정에 속한 수원 영통구의 경우 윤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0.07%p에 불과했다. 같은 해 6·1 지방선거 당시 수원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용남 후보(49.7%)가 민주당 이재준 후보(50.3%)에게 0.6%p 차로 근소하게 패하는 등 민심 향방이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서울신문 의뢰로 12월 18~19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3%에 불과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34%로 나타나 민주당(40%)에 뒤처지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0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주간동아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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