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검소한 결혼식하라…면사포 쓰지말고 꽃장식 안 요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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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31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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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평양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능라도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는 북한의 신혼부부.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평양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능라도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는 북한의 신혼부부.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당국이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검소하게 할 것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결혼식을 간소하게 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젊은 세대의 사상 변질을 우려하고 있는 당국이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육과 함께 여러 분야에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봄·가을에 주로 결혼식을 올리는데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이동과 장사가 통제되면서 결혼식을 미룬 청년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부분의 청년이 올봄에 결혼식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주 토요일 공장 초급당비서가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을 짓부수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것에 대한 해설담화를 진행했다”며 “핵심 내용은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우리식으로 검소하게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설담화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결혼식 잔칫상을 요란하게 차리거나 신랑이 신부를 데려갈 때 승용차 여러 대를 동원해 위세를 뽐내는 등의 현상을 지적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식량과 연유를 낭비하는 비애국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신랑 신부의 옷차림과 단장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할 것도 강조했다”며 “특히 조선옷(한복)을 입은 신부가 면사포 같은 얇은 천을 머리에 쓰거나 외국 글자나 상표가 새겨진 옷을 입고 앞가슴과 머리를 꽃으로 가득 장식하며 색안경을 쓰는 등 우리식이 아닌 행동들을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사진을 우리식으로 고상하게 찍을 것도 강조했다”며 “신랑이 신부를 허리 위로 안아 들어 올리고, 신랑 신부가 포도주가 든 술잔을 부딪치고, 신부가 신랑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등 우리식이 아닌 행동을 하며 사진 찍지 말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해설담화는 고상한 미풍양속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배치되는 이색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엄포로 끝났다”며 처벌 가능성도 시사했다.

함경북도 부령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수년 전에도 결혼식 때 신랑 신부가 가슴과 머리에 다는 꽃의 크기는 물론 사진을 찍을 때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며 “가슴 꽃은 7~8㎝, 머리 꽃은 15㎝를 넘지 않는 등 요란하게 장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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