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거리” 美 “장거리”… 北미사일 평가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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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km 날아가 사거리론 ‘중거리’
美 ‘이전보다 위협적’ 부각 의도인듯

2017년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 출처 노동신문
2017년 5월 14일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4일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겨서 쏜 탄도미사일을 두고서 한국은 중거리, 미국은 장거리미사일로 평가를 달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군은 발사 직후부터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비행고도(약 970km)와 비행거리(약 4500km), 최대 속도(음속의 17배) 등을 볼 때 화성-12형의 비행 특성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장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 백악관은 4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장거리(long-range)탄도미사일을 일본 너머로 발사한 북한의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혀 한국과 차이점을 나타냈다. 미 국방부도 “아직 분석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날았지만 미사일 종류, 탄착점, 사거리를 아직 분석하고 있다”며 “그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통상 한미는 사거리 3000∼5500km 탄도미사일은 IRBM, 5500km 이상 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류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북한이 쏜 미사일은 IRBM에 해당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장거리미사일로 규정한 것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사 지점(자강도 무평리)에서 3500km가량 떨어진 괌보다도 1000km나 더 날아간 점에서 한일을 겨냥한 단거리(SRBM)·준중거리(MRBM)탄도미사일과 비교해 미국이 받아들이는 위협 강도가 다르다는 얘기다.

화성-12형 IRBM은 탄두 무게를 줄이면 최대 사거리가 5000km에 이를 수 있어 ‘준(準)ICBM’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적 측면에서 중거리미사일로 판단했고, 미국은 이례적으로 먼 거리를 날려보냈다는 점과 정치 외교적 의미에 맞춰서 장거리미사일로 규정한 것이라며 ”한미 간 심각한 이견이나 평가상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중거리#장거리#미사일 평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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