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다툼 점화… 정진석 “이준석 자기정치” 李 “기차는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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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鄭 “정부 반대에도 우크라行… 측근 당협쇼핑 허락하며 혁신 운운”
권성동 “혁신위, 성급한 측면 있어”… 李, YS 어록 인용해 즉각 반박
안철수-김기현 등 세불리기 나서… 24일 성상납 윤리위 결정이 분수령

정진석-이준석 갈등 수면위로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왼쪽), 박대출 의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정 의원이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자기 정치’라며 비판하자 이 대표는 즉각 “어차피 기차는 간다”라고 반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석-이준석 갈등 수면위로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왼쪽), 박대출 의원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정 의원이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놓고 ‘자기 정치’라며 비판하자 이 대표는 즉각 “어차피 기차는 간다”라고 반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어차피 기차는 간다.”(이 대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의 맏형 격이자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정 의원은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3일 출국해 우크라이나에 머무르고 있는 이 대표도 즉각 응수에 나섰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이 달려 있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여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 압승 5일 만에 이준석 견제 나선 ‘윤핵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소속 의원들로 꾸려진 정당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이르펜의 파괴된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캡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소속 의원들로 꾸려진 정당 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 이르펜의 파괴된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캡쳐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 대부분이 난색이었다고 한다”며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行)을 고집해서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난색을 표했지만 이 대표가 주목받기 위해 우크라이나 방문을 고집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의원은 또 이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냐”고 했다. 수원에서 두 차례 당선됐던 정미경 최고위원이 경기 성남시 분당을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는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고 묻는 이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위를 발족하려면 좀 더 많은 준비를 한 다음에 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며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정 의원의 비판에 대해서도 “당내 민주주의의 활발한 징조라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지방선거 후 5일 만에 이 대표를 향한 ‘윤핵관’들의 견제가 시작된 것.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5시경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간다”고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에 나서면서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빗댄 반박이다.

이 대표는 또 정 의원이 4월 말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을 만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끌어와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고 꼬집었다.
○ 세력화 나선 당권 주자들… 24일 윤리위 분수령
이 대표는 3일 출국 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연히 (내년 6월까지인) 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했지만, 당권 주자들은 이미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한 정책 포럼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은 이번 주부터 의원들과 식사 모임을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국회의원 모임인 ‘혁신 24, 새로운 미래’를 준비 중인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최근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공문을 보내 참여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착수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관련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내년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시점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윤리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 상납 징계 건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리위 관계자는 “성 상납이나 증거인멸교사 의혹보다는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명예 실추 등을 명분으로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고 나면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증거도 없는데 국민들과 당원들에 의해서 뽑힌 대표를 어떤 명분으로, 무슨 근거를 가지고 징계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당권다툼#윤핵관#이준석#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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