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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대포동’서 ‘마하10’ 까지…김정은집권 10년간 60차례 도발

입력 2022-01-15 03:00업데이트 2022-01-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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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새해 잇단 도발 北, 미사일 개발 24년
1998년 ‘대포동 1호’ 전 세계 주목
미사일개발 총력전 나선 김정은
2025년 고체연료-다탄두 목표
1월 5일 자강도 일대에 전개된 북한군의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음속의 10배(시속 약 1만2240km) 안팎으로 변칙 비행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의 최종 시험에 성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소 음속의 5배(시속 약 6120km) 이상으로 궤도를 수시로 바꾸는 극초음속미사일은 탐지·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한미 요격망을 무력화하는 가장 날카로운 비수로 평가된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그간 축적한 ‘미사일 실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정판이자 향후 더 위협적인 신형 미사일의 등장을 예고하는 징후라는 우려가 높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과소평가하다 허를 찔린 전례를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대포동 쇼크’ 24년 만에 극초음속미사일까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세계적 주목을 끈 계기는 1998년 대포동 1호 도발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장거리 타격 능력을 입증한 것. 하지만 3단 로켓 점화 실패로 사거리가 1500여 km에 그쳐 미 본토를 위협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8년 뒤 대포동 2호가 발사 7분 만에 공중 폭발하자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그해 4월 은하 2호의 발사 성공 이후 2012년과 2016년에 각각 은하 3호와 광명성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와 탄두운반 능력을 과시했다. 비행거리가 1만 km 이상으로 핵을 싣고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북한의 전략무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후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16년에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최초 발사했고, 2019년엔 다탄두 형태의 북극성-3형 SLBM, 2021년에는 ‘미니 북극성’으로 추정되는 소형 SLBM까지 발사에 성공했다. 적국과 근접한 수중에서 은밀히 발사되는 SLBM은 사전 포착이 힘들어 기습 핵타격용 최적무기로 불린다.

또 2017년에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괌 타격능력을 증명하는 한편 화성-14·15형 ICBM을 연거푸 3차례나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북한 미사일 개발의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미사일도 대거 신형으로 교체됐다. 2019년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등 대남 타격용 신종 무기를 줄줄이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엔 러시아, 중국 등 군사강국이 보유한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핵을 탑재한 다종다양한 미사일로 대한(對韓)·대미(對美) 협상우위를 점하고,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최종 목표에 바짝 다가선 것.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요격망을 뚫고 한국에 전진 배치된 미군 기지를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과 KN-23이 실전 배치되면 미국은 본토에 대한 핵타격 위협만큼이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집권기에 양적 질적 극대화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는 2011년 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급속히 진전됐다. 다양한 사거리와 향상된 비행 능력을 갖춘 신형 미사일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그 위협 수준이 양적 질적으로 극대화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초 발간된 2020 국방백서도 “북한은 2012년 이후 작전 배치되었거나 개발 중인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적시했다.

그 실태는 각종 수치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2021년 말까지 김 위원장 집권 10년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모두 60여 차례나 된다.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기관 핵위협방지구상(NTI)은 자체 조사 결과 실패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129회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일성(15회)과 김정일(16회) 집권 때보다 4배나 더 많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는 것.

새로 개발해 시험 발사한 미사일 종류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ICBM까지 19종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 집권기에 4차례의 핵실험과 ICBM 도발이 집중된 것은 미사일 개발의 종착점이 핵 장착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미사일 개발 전략도 주목된다. 우리 군의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새로운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배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난해 ‘북한의 유도무기 개발과정 분석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최종 목표로 설정한 유도무기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 진화적이고 연속적 방식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중간 목표 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신속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해 시제품 제작 및 시험발사를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해 20여 종에 달하는 신형 유도무기를 단기간에 개발, 배치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발 착수부터 최초 운용시험 평가까지 최대 3년, 이후 최종 시험평가까지 최대 1년 등 4년 정도면 신형 유도무기의 전력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음 수순은 다탄두 고체연료 ICBM·SLBM
북한이 지난해 초 당 대회에서 발표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는 극초음속미사일 외에 초대형 핵탄두와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SLBM) 보유 등이 담겨 있다. 2025년경까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핵강국 수준의 첨단 전략무기 개발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향후 ‘릴레이 도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2020∼2021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화성-17형과 북극성 4·5형을 기반으로 한 고체연료 다탄두 ICBM과 SLBM의 시험발사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사 전 연료 주입과정에서 사전 징후가 노출되는 액체연료 ICBM과 달리 고체연료 ICBM은 언제든 기습 발사할 수 있다. 다탄두를 장착하면 워싱턴과 뉴욕 등 미 전역의 주요 도시에 대한 동시 핵 타격도 가능하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다탄두 SLBM은 적국의 선제 핵공격에서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공격)’을 가하는 최종 핵병기로 꼽힌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탄두 ICBM과 SLBM에 장착할 신형 핵탄두 개발 과정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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