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안보·보훈에 방점 찍었다…“文정부 질타+보수표 잡기”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7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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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방문록엔 '조국' 거론…"애국, 보수층 어젠다"
천안함 '괴담' 비판 메시지…"현정부의 안보관 질타"

잠행을 이어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현충원 참배에 이어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와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며 안보와 보훈에 중점을 둔 메시지를 내놨다. 7일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보수표 잡기에 나서는 동시에 안보에 소홀했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각을 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현충원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월 검찰총장 신분으로 현충원을 참배하며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은 것과 비교하면 메시지는 ‘검찰’에서 ‘나라’로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한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의 ‘조국’이라는 표현도 주목할 부분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일단 ‘조국’이라는 말을 건드려 애국과 애족을 강조했다”며 “조국은 결국 보수층의 어젠다”라고 설명했다. 보수 유권자를 자극할 적확한 지점을 찔렀다는 뜻이다.

조국 전 장관을 향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며 그는 이미 검찰총장 시절부터 상당한 정치력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저서에 “현직에 있을 때부터 수구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였다”고 윤 전 총장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사표를 낸 지난 3월4일부터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됐지만, 그전에는 과연 자신을 검찰총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을까”라고 했다.

엄 소장은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조국의 시간’이 출간됐다”며 “(윤 전 총장의 방명록은) 문재인 정부와도 각을 세운,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나라, 혹은 국가를 의미하는 ‘조국’과 자신을 저격한 여권의 ‘조국’을 이중적으로 건드리기 위해 고심한 문구라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은 같은날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27) 씨, 또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34)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 씨와 만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부상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과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극히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고 이 사회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극진한 존경과 예우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퍼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 씨와 만난 자리에서는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순국선열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에 희생한 이들이 분노하지 않게 하겠다는 현충원 방명록과 궤를 같이 하는 행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 노선을 선택한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콘셉트를 잘 맞춰간 듯하다”며 “보수라는 건 결국 ‘국가’다”라고 뉴시스에 말했다.

홍 소장은 “국가를 중심에 놓고 현정부에 대한 안보관, 혹은 정통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모습”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가볍게 여겨온 정부에 비판을 깔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보수 정치인으로서 작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의 다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오는 11일 전당대회를 마친 후 입당해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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