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대미냐 대남이냐…북한의 선택지는?

뉴스1 입력 2021-05-03 12:03수정 2021-05-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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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한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상응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일대 북한초소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5.2/뉴스1 © News1
북한이 남북·북미 관계에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강경한 메시지를 발산했다. 한미를 향해 거친 언사로 ‘매우 심각한 상황’, ‘후과에 대한 책임’을 예고한 북한이 취할 도발 행동으로 3일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전날 하루 사이 담화 3건을 연이어 발표하는 이례적 행보로 대남·대미 비난전 포문을 열었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이 먼저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대남 담화를 공개했고 이어 외무성이 대변인과 미국 담당 국장 명의로 대미 경고 담화를 냈다.

담화 내용은 각각 다르지만 북한은 세 담화에서 공통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상응한 조치’를 선언했다. 한국에는 탈북단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미국에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밝힌 대북 정책 입장과 북한인권 상황을 지적한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에 대한 책임을 제기했다.

북한은 한날에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하며 자신들이 양국 정책을 연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동시에 각 담화 주체 수준을 조절해 이 문제를 세밀하고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이에 따라 북한이 앞으로 취할 도발 수위와 메시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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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부부장이 낸 ‘주체가 높은’ 대남 담화에서는 향후 대남 행동에, 외무성 대변인 및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의 ‘주체가 낮은’ 대미 담화에서는 대미 경고에 방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 시점에서 예상 가능한 도발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 진수식 등 무력 도발과 작년 북한의 대남 ‘대적사업’ 재개와 같은 대남 조치가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진행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체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만, ‘단거리’로 진행해 미국의 반응을 떠보았고 이후에는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축포’도 생략하며 무력 도발을 중단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와 관련, 북한이 “기술적으로 준비가 되었다면 곧 새로운 무기시험등 군사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권공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그간 미뤄 놓은 전술전략무기 개발과 시험발사,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선전선동을 강화하는 다차원적 공세를 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바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직진하기 보다는 단계적인 도발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은 대미 “담화 발언 수위가 다소 거칠기는 했지만 협상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기선 제압용 강경 대응 의미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식적인 선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대남 도발은 작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것처럼 실질적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동엽 교수는 “더 걱정스러운 것은 대남 측면에 김여정 담화가 나와서 보다 우선순위가 높고 지난해 상황의 데자뷰처럼 보인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올 3월 김 부부장 담화부터 이어져 온 일련의 상황이 똑같이 김 부부장 담화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진 작년 6월을 떠올리게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김 부부장은 3월15일자 담화에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비난하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기구를 없앨 것이라고 미리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도 파기해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News1

북한이 작년 대북 전단에 대한 보복 조치로 추진했던 대남 전단 살포 계획 재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준비 과정과 전단 사진 등을 공개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대적 삐라 살포 투쟁’을 강조했다. ‘삐라 소나기’라고 명칭하며 대대적인 의지를 표출했으나 김 총비서가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면서 실제 이행되진 않았다.

북한의 ‘도발’ 시점을 두고서는 오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여러 의견이 제기된다. 회담 전 한미 양국을 압박하고 북한 의제를 회담 최우선 의제로 올려놓기 위한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과 당장 군사적 도발을 하기 보단 미국의 후속 움직임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계속해 “냉전 시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시대적으로 낡고 뒤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면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담화 문구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여지를 주는 표현으로도 읽힌다. 강력한 경고를 한 뒤 대응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이 북한의 후속 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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