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 ‘트럼프 효과’ 계속되고 있다? [화정안보포커스]<5>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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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박인휘 교수.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


(오프닝) 최근 미국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년보다 다섯 배나 올려달라고 하는 등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결렬됐었죠.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수개월간 무급 휴직을 하기도 했습니다. 혈맹 관계라는 말이 무색했습니다.

이번에 타결된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담금 문제가 타결돼 한미 동맹 관계를 다시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번 화정 안보포커스는 올해 타결된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의미에 대해서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님을 모시고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지난 주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한미동맹 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흔히 SMA(special measures agreement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원래는 다년간 협상으로 한 번 체결하면 5년 정도 유효한 협상인데 최근 2년 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전 특히 트럼프 정부에서는 한미 동맹의 상징적 약속이 분담금 조정인 것처럼 알려져 있어서 체결되지 못하는 저간의 사정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한미 간에 13.9% 인상을 확정하고, 향후 5년 간 한국의 국방비 상승 수준에 연동시켜서 한미 분담금의 책임을 증대시키는 내용으로 타결 되었습니다.

Q. 이번에 타결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트럼프 효과’가 계속 되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속에 이번 협상의 고충이나 특징들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효과는 무슨 뜻인가요.

A. 실은 굉장히 한국정부에게 유리하게 타결이 되었다고 우리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13.9%는 작년에 우리정부가 제안했던 것이고요.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을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초기단계에서 13.9%가 이루어지고 향후에는 매년 우리 국방비 증대에 연동시켜서 같은 비율로 우리 분담금이 증대하는 내용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효과가 반영 되었다라는 지금 말씀을 조금 해석을 해보면 바이든 정부의 출범은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출범 동시에 트럼피즘(Trumpism)의 지속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외교정책을 비용 중심적으로 접근한다든지 불필요한 미국 국민들의 돈을 써서는 외교정책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든지, 이런 트럼프 대통령 때 정책 효과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해서 굉장히 쉽지 않은 두 가치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했지만 5년간 다년 계약이 매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5년 혹은 6년 후에는 미국 정부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은 총액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말씀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 정부의 자화자찬성 설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효과가 반영 되었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Q. 방금 교수님 말씀 중에도 짧게 언급이 있었는데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인상률을 결정하는데 기존처럼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상승률에 연동을 시킨 것이죠. 교수님이 다른 곳에서 방위비와 국방비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으로 서로 연동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을 하셨습니다. 그 부분을 좀 더 상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지금 말씀하신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국방비가 향후에 증대되는 요인에는 궁극적으로 우리정부가 지금 한미 간의 전작권 전환, 전작권을 다시 가져오는 것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고요. 문재인 정부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자체 국방력을 높이고 뭐 이런 상황이면 그런 목표와 내용이 국방비에 반영이 되었으면 그것이 진행이 되는 동안에 자연적으로 연동이 되어서 우리가 분담해야 될 한미 간의 방위비 액수는 낮아져야 되는 것이 우리가 책임져야할 방위비의 의무라고 할까요. 액수는 연동되어서 낮아지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될 만한 상황인데, 이번 합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의 국방비, 전작권도 가져오고 준 간부화 되는 국방부 동향도 반영되고 이런 것들이 반영이 되어서 국방비가 높아지는 것이 연동이 되어서 한미 간에 책임을 져야 할 방위비도 높아지는 것이어서 이것이 서로 논리적으로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 평가와 문제제기가 납득할 만한 상황입니다.

Q. 미국은 이번 협상이 ‘공평하고 공정한 분담금 인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다소 높은 분담금 인상률을 신속하고 원만하게 받아들이면서 원만하게 타결 지은 것은 무엇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관계 개선이라는 정책 기조에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 분담금 협상에서는 양보를 한 것이 아니냐 하는 지적인거죠. 그런 생각이 희망사항이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A. 지금 질문하신 부분과 관련해서는 사실 문재인 정부가 1년 남짓 남아 있고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지금은 고유명사가 되었죠. 비핵 평화프로세스라는 것이 성과를 내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방위비 분담 협상은 생색은 우리정부가 내고 실속은 미국 정부가 챙겼고 하는 모양새가 되었는데요. 작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우리의 의지라고 할까요.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보면 너무 쉽게 사인이 된 것이 아닌가 그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지원해 달라는 그런 보이지 않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전달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외교 정책이라는 것이 보여 지는 의도한 바가 잘 실현되는 경우도 있고, 또 의도한 바가 실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미국의 관점에서 방위비 분담, 혹은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것은 한미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경쟁도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이 큰 그림으로 그리는 아시아 전체 지역 전략 구상과도 연동된 부분이 있고 또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된 부분은 미국 행정부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미국 의회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이기는 합니다만 바이든 정부 초기에 조금 골칫거리로 남겨져 있는 한미 분담금 협상이 성과 되었다라는 의도하지 않았던 선물을 우리가 줌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남은 1년 동안에 적극 지지해 달라는 우리의 희망 사항 혹은 바램이 있었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것이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서, 우리 보다 훨씬 더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그런 것이 관철될지 또 우리의 메시지가 있는 그대로 전달될지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호락호락 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일본도 지난 달 미국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는데 전년 대비 1.2% 였습니다. 일본은 저희하고 역사적으로 혹은 협상 방식이 다르긴 해서 수치로만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데요. 일반인들은 1.2%(일본)와 13.9%(한국) 숫자 차이가 왜 이렇게 나는 것이지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A. 많은 국민들이 요즘에는 그런 경향이 조금 사그라들기는 했습니다만 미국의 관점에서 미일동맹이 중요하냐, 한미동맹이 중요하냐에 많은 관심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 방위비 분담이 확정이 되면 ‘일본하고 비교해서 어떻냐’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십니다. 사실 여전히 한미동맹은 북한이라는 상대적인 적을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동맹관계이고 또 우리는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이 묶여 있는 상태이고 일본에는 4만5천명 정도 주일 미군이 있고요. 방위비 책정을 구성하는 내용도 많이 다르고 해서 직접 비교는 어려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바로 바로 드러나는 최근이 수치상으로 보면 우리가 훨씬 불리한 분담금 협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과 비교를 해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항목을 조정하는 방식도 다르고 해서 직접비교는 어렵습니다. 한미 분담금 협상에는 북한에서 발생하는 안보 위협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노력들이 있어서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측면이 있고요. 직접적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 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이번에 타결된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 수치만 보면 미흡하거나 아쉬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 되고 있어서 이에 맞서는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기의 특징을 보면 빨리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것에 의의가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타결의 의미를 간략하게 요약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A. 최근 타결된 한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내용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를 중시하고 동맹관계를 중시하긴 하지만 어쨌든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었던 미국 전역에 걸쳐서 골고루 된 표가 48%넘는 국민이 공화당 후보를 찍었기 때문에 그런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한편으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라는 점을 우리가 한 번 지켜볼 대목이 있는데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굉장히 양국 간의 골칫거리였는데 바이든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신속하게 타결되었다는 점, 그리고 협상이 타결되는 시점과 거의 동시에 맞물려서 일종의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의 안보 정책의 플랫폼 같은 대외정책의 가이던스(guidance)가 나왔는데요. 거기에 보면 과거와는 달리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목 들은 눈에 띕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 한미관계 중요성, 한반도의 중요성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일각에서의 오해와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매우 신속하게 방위비 협상이 해결되었다는 것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 양 정부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이 누가 더 손해다 손실이다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은 동맹관계에서 무의미 한 것 같고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고, 대체로 양국 모두 국가 이익과 실리를 챙긴 협상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획위원
비용분담으로 안보 동맹 굳건히 하는 ‘방위비 분담금’
방위비 분담금이란?

미군이 한국 등 동맹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발생하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은 2차 대전 종전 후 1945년 8월 일본군 무장해제 등을 위해 진주했다. 1949년 6월 철수했다가 6·25 전쟁이 발발한 뒤 다시 들어온 뒤 줄곧 상당수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원래 한국에 진주한 미군의 유지 비용은 자체적으로 부담해 왔다. 한국과 미국이 1966년 ‘상위방위조약에 따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 5조는 미군 주둔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미군이 부담하는 것을 명문화됐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이 1980년대 후반부터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즉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동맹국에 부담 분담을 요구했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서 자국 혼자 지고 있던 부담을 나누자고 한 것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의 안전 보장 속에 경제 발전을 해 온 한국 일본 및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국가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를 수용했다.

한국은 1991년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SOFA 5조 규정에 비추면 예외적인 사항이다. 매번 진행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라고 부르는 것도 SOFA 협정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협정을 맺어 비용을 분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SMA는 한 번 합의하면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간 유효했다. 트럼프 행정부들어 합의 된 2019년 10차 SMA는 이례적으로 1년 짜리였다. 지난해 다시 협정을 맺어야 했지만 결렬돼 올해 타결됐다.

‘동맹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SMA 10차 협정은 △협정 유효기간 1년 △분담금 총액 첫 1조 돌파 △통상적으로 분담하던 항목 외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 포함 시도 등의 특징을 남겼다.

올해 3월 합의한 11차 SMA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13.9%로 인상률로만 보면 역대 3번째로 높았다. 협상 유효 기간이 ‘1+5’로 올해 인상률 이후 5년간은 한국의 국방비 상승률에 연동해서 5년간 정해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연평균 상승률은 6.1% 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슨 항목에 비용을 분담하나

안보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미군을 위해 한국이 제공하는 지원은 크게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으로 나눈다. 이중 간접 지원은 △주둔하는 부대 부지 제공 △부지나 시설의 사용료 면제 △각종 세금 감면 △공공요금 감면 △도로 항만 공항 이용료 면제 등 부대 유지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이는 미군 부대 첫 주둔이후 제공해온 것이자 협상 대상도 아니다.

직접 지원은 미군이 주둔해 운영되면서 지출하는 비용이다. 미국은 자국이 부담하는 미군의 봉급 등을 제외한 비용을 ‘비인적(非人的) 주둔비용(NPSC·Non-personal Stationing Cost)’라고 부른다. 미국은 주둔국이 NPSC의 50% 가량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의 분담율이 왜 100%가 되면 안되냐”고 한 것은 NPSC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미군 봉급은 자국이 댈 테니 주둔에 필요한 다른 비용은 모두 내라는 것이었다.



한미 양국이 SMA를 통해 합의하는 직접 지원 항목은 크게 4가지다. 인건비, 군사 건설, 군수 지원 그리고 연합방위 증강(CDIP) 등이다. 인건비는 주한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이다. 지난해 방위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분담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수개월간 무급 휴직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군사 건설은 막사, 환경 시설 등 비전투 시설 건축을 위한 현물지원이다. 군수 지원은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 차량 수송 지원 등 용역 및 물자지원이다. CDIP는 활주로 탄약고 부두 항공기 격납고 등 한미 양국이 공동 이용 가능한 순수 전투용 및 전투 시설 지원 사업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직간접 지원 항목이 모두 논의되지만 SMA 합의가 필요한 항목이 협상에서 쟁점이 된다.

협상의 두 가지 방법: 총액협상과 항목협상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한국은 제공하는 비용의 총액을 결정하고 합의가 이뤄지면 후에 별도의 협의를 통해 각 항목별로 금액을 배분한다.

이 방식은 미국에 제공하는 분담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되는 지 내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4년 국회는 9차 SMA를 비준하면서 협상 방식이 적정한 지 연구하도록 했다. 당장 바꾸는 것은 아니어도 총액협상방식의 장단점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물가 상승으로 미군의 부담이 늘자 1970년대 중반부터 일부 항목의 비용을 분담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4년 빠른 1987년부터 미일지위협정(SOFA)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후 1991년 공공요금, 1996년 미군 훈련장 이동 비용 등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미군이 지원이 필요하다는 항목과 비용을 제시하면 이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방식이어서 협상 단계에서부터 어디에 사용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별 사안별로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이견과 갈등 소지가 크고 협상이 복잡할 수 있지만 미일 양국간 협상에서 별다른 불협화음이 없었다. 항목별로 협상은 하지만 전체 총액을 고려해서 진행되는데다 일본이 미군이 요구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방위비 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

미군의 주둔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분담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위비를 분담해도 미국과의 안보 동맹으로 경제 성장과 발전에 집중할 수 있고, 안보에 투입되는 군비도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등 윈-윈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둔국의 동맹에 대한 필요성의 정도와 주둔국의 역량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협상 방식은 동맹 관계의 성격에 대한 양국의 인식, 동맹에 대한 필요성, 한국이 한미 동맹 유지를 위해 얼마나 더 책임과 비용을 분담할 의지가 있는 지와 같은 보다 본질적인 요소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익을 최우선하면서 동맹의 가치를 동맹국으로부터 받아내는 금전으로 평가해 ‘용병 초강대국’이라는 비판에도 개의치 않은 것이야말로 동맹의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는 조치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2021년 11차 SMA 타결은 양국간 주요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타결하고 더욱이 5년간 유효하도록 함으로써 한미 동맹 관계를 다지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분담금 인상률을 수용한 것이 대북 정책에 대한 조 바이든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런 점에서 높은 분담금 상승률의 11차 SMA 합의는 한미 동맹 관계에 양면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참고 자료

박원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위한 소고,” 『한국국가전략』, (2019).

박휘락, “한국과 일본의 대미 방위비 분담 비교: 분담금 협상 방식을 중심으로,” 『입법과 정책』(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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