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에 곤혹…“아직 잘 모르겠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3월 17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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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근본 원인인 박 전 시장 의혹 재소환에 곤혹
공식입장 담을 메시지 고민…박영선 "생각할 시간 필요"
양향자 "피해호소인 표현 제 잘못"…박성민 "참담한 마음"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4·7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공식입장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피해자의 기자회견으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원인인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다시 주목받는 것에 민주당에서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앞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특혜분양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가 남인순 의원을 당 차원에서 징계해달라고 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거 관련해서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피해자가 당대표(이낙연)와 박영선 후보의 사과가 뭐에 대한 것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고 묻자 “내가 잘 모른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기자들이 ‘(민주당) 대표의 사과가 뭐에 대한 사과였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고 전하며 재차 입장을 물었지만 “좀 보고 이야기하겠다. 아직 모르겠다”라고 말하고는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이날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를 꺾고 여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최종 선출된 박영선 후보 역시 말을 아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발표 후 기자들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자 “오늘 이 시간은 김진애 후보와의 시간이니까 여기서 종료하자”며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왔다.

걸음을 옮기던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이자 “중요한 부분은 내가 집에 가서 진지하게 생각해서 오늘 저녁에 밤에 페이스북에 올리겠다”며 “내게도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칭했던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 측에 미리 알린 남인순 의원을 향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낙연 대표님이나 박영선 후보님이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히 짚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피해자가 민주당의 보궐선거 승리 가능성에 두려움을 표한 언급은 자당 소속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헌까지 바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강행한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논란 속에서도 피해자를 집요하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2차 가해를 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전력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입장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 차원의 공식입장과는 별개로 민주당 내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피해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저의 잘못“이라며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당내 청년 여성을 대표하는 박성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같은 여성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한명의 정치인으로서 피해자분을 그토록 외롭고 괴롭게 만든 것이 우리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였음을 알기에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마땅히 ‘피해자’라고 불려야 했음에도 우리 당은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명명하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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