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헌 고쳐 “서울-부산시장 보선 공천”…‘대선 전초전’ 포기 못해

강성휘 기자 , 윤다빈 기자 입력 2020-10-30 03:00수정 2020-10-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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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로 재보선땐 후보 不공천’
당헌 고쳐서라도 후보 내기로
與 “공당 도리” 野 “천벌 있을것”
의총에서 머리 맞댄 이낙연-김태년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김태년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공식화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공식화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열리는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서라도 두 보선을 잡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천벌이 있을 것”(주호영 원내대표)이라며 반발했다. 차기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보선을 160일 앞두고 여야가 선거전으로 조기 전환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9일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며 “당 최고위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全)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전 당원 온라인 투표를 하기로 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기네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이는 약속 파기”라고 비판했다.

여야 후보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여당에서 우상호 박주민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외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또는 범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할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 與 ‘대선 전초전’ 포기 못해… 비판 여론 무릅쓰고 보선 공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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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대면 화상 의총’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비대면 방식의 당 정책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내년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했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보궐선거 공천 수순에 들어간 것은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어떻게 대선 승리를 노릴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이 “당헌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누른 셈이다. 보궐선거 D―160일을 앞두고 여당이 공천 수순에 들어가면서 선거 국면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당헌 제96조를 손볼 예정이다. 민주당 당헌 제96조는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중대한 실수로 보궐선거를 진행할 경우 후보를 내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조항에 “전 당원 투표로 (공천 여부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방식으로 당헌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낙연 대표가 “공천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한 만큼 당원 투표 역시 개정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당원 투표가 마무리되면 후보 경선 절차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이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당 혁신 차원에서 마련한 규정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개정에 나선 것은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 이상 공천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은 이미 경선준비위원회까지 꾸려서 경선 규칙을 정하고 있는데 우리 당은 너무 늦었다”며 “부동산 문제 등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뛸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사실상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도 공천 강행 결정의 배경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인구 1, 2위 도시의 선거전을 치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조직도 정비가 되고 그 여세를 몰아 2022년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야당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무공천을 요구했던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지도부가 문제를 책임지기보다는 당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들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이 후보 공천을 공식화한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도 공천과 경선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는 30일 부산을 직접 찾아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또 국민의힘은 공천관리위원회 안에 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을 맡을 시민검증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열리는 만큼 도덕성 검증을 강화해 차별화하겠다는 취지다.

강성휘 yol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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