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본토 어디든 핵타격… ‘초대형 액체연료 ICBM’ 공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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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 준비현장서 신형ICBM 포착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할 것이 유력시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화성-14(ICBM급)·15형(ICBM)보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늘어나는 등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기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미 정보당국은 인공위성 등 정보자산을 동원해 북한의 열병식 준비 상황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현재로선 화성-14·15형용 액체연료 엔진(백두산 엔진)을 개량하고 몸집을 키운 ICBM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대 800kg이 넘는 핵탄두로 미 본토 어디든 때릴 수 있는 ‘초대형 액체연료 ICBM’을 전격 공개할 수 있다는 것. 평양 미림비행장의 열병식 연습 현장에서 포착된 신형 ICBM이 9축(양쪽 바퀴 합쳐서 18개) 이상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14·15형에 사용된 백두산 1, 2단 엔진을 고성능으로 대체해 장착함으로써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확대한 ICBM을 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 연료 주입 없이 즉시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ICBM을 완성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말 동창리 시험장에서 신형 엔진 연소 시험을 연거푸 진행했고, 고체연료 엔진 개발 정황이 꾸준히 포착된 만큼 ICBM급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바짝 다가섰거나 완성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탄두(MIRV) ICBM의 공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탄두 ICBM은 여러 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에 투하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갖게 되면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 대한 동시 핵타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다탄두 ICBM의 핵심 장치는 1, 2단 추진체보다 더 오랫동안 연소하면서 각각의 탄두를 서로 다른 표적으로 정밀 유도하는 후추진체(PBV)인데 북한의 현 기술로는 개발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아직은 더 많다.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미 정찰위성에 포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북극성-3형이거나 사거리를 더 늘린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정보당국은 기존 잠수함 또는 조만간 진수가 예상되는 신형 잠수함(4000∼5000t급 추정)에 실어서 발사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한 뒤 미 대선(11월 3일)을 겨냥해 SLBM을 발사하는 수순의 대미 압박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7년 4월 때처럼 열병식 직후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개연성도 제기된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ICBM 등 전략무기를 최대 규모로 동원해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열병식을 치른 다음 날 신포 일대에서 북극성-2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발사 후 4, 5초 만에 공중 폭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당 창건 열병식에 참석해 공개연설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9일 노동신문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당 간부들이 “당 창건 75돌에 즈음하여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의 명의로 된 ‘꽃바구니’만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만 당 창건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맞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열병식 연설 준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ICBM 개발 주역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단에 거론되지 않은 것도 그가 열병식에서 대형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기재 기자
#북한 열병식#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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