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현충원 안장” vs “대전현충원도 안 돼”…백선엽 논란 시끌

뉴시스 입력 2020-07-12 13:53수정 2020-07-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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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단연 "독립군 토벌 친일파 현충원 안장, 이게 나라냐"
군인권센터 "야스쿠니 신사 가야"…육군장 취소도 요구
육군협회 "구국의 영웅…6·25 전우들 곁에서 영면해야"
향군 "창군 멤버 일본군 경력만으로 폄하…국군 모욕"
친일파 현충원 파묘 추진…정쟁화하며 논란 계속될 듯
여야에 이어 군 관련 단체들도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 문제를 두고 둘로 갈라졌다.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부각시키는 쪽에서는 국립묘지 안장 자체를 반대하는 반면, 그의 전쟁 공로를 평가하는 쪽에서는 6·25전쟁 전우들과 함께 서울현충원에 묻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이뤄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12일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하면서 독립군을 토벌하던 악질 친일파를 후대에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정령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백 장군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한 결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항단연은 ”대한민국 역사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음에도 간도특설대 출신이 국군의 뿌리가 되고 구국의 영웅이라 함은 헌법을 거스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겠다는 말인가“라며 ”국립현충원 안장을 고집해 나라에 분란을 일으키고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에게 더 이상 상처주지 말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백선엽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며 대전현충원 안장 계획 백지화와 함께 육군장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군은 오는 15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욱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육군장 영결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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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백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하며 일제의 침략 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했다“며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를 우리 군의 어버이로 소개하며 허리 숙여 참배하게 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백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육군 예비역 단체 대한민국육군협회는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전쟁 영웅이며 구국의 영웅으로 일평생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다 호국의 별이 됐다“며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회는 ”백 장군은 평소 6·25전쟁 때 싸운 전우들과 함께 묻히고 싶어 했다“며 ”서울현충원은 6·25전쟁 희생 장병을 모시고자 만든 국군묘지로 출발한 곳으로 백 장군과 함께한 많은 전우들이 영면해 있다. 백 장군이 전우들 곁에 영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도 ”백 장군은 창군 멤버로 6·25전쟁 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온 몸으로 공산 침략을 막아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낸 구국의 영웅“이라며 ”일제강점기의 일본군 경력만을 이유로 매도하고 폄하하는 것은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군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 장군은 노환 끝에 지난 10일 10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사후 묘역 문제는 생전에도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 때마다 백 장군이 친일과 전공을 모두 갖고 있어 국립묘지 안장에 대한 찬반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백 장군은 6·25전쟁 중 1사단장, 1군단장 등을 지내며 격전을 벌였던 다부동 전투를 이끌었고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도 제일 먼저 평양으로 진격했다. 그는 전쟁 공로를 인정받아 1952년 만 31세 나이로 최연소 육군참모총장에 올랐고 우리 군 최초의 4성 장군이 됐다.

그러나 백 장군의 생애에는 명과 암이 교차했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등재했다. 일제시대 때 일본이 만주 지역의 광복군을 토벌하기 위해 창설한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한 이력 때문이었다.

백 장군은 생전에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과 관련해 ‘간도특설대 부임 당시 항일 독립군은 일본군의 토벌 작전에 밀려 다른 지역으로 옮아가고 없을 때였다’, ‘동포들을 향해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등의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처는 현행법상 백 장군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이 꽉 찬 상태라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 안장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백 장군의 유족은 대전현충원과 다부동 전적지 등을 장지로 고려하다 최종적으로는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다.

15일 안장식이 거행될 때까지 백 장군 묘지 문제는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장례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정쟁화하며 잠잠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여당과 진보 시민사회단체에서 국립현충원 내 친일파 파묘(破墓·무덤을 파냄)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수진영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이수진 의원은 지난 5월 친일파 파묘를 공론화했고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배제를 골자로 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는 다음달 13일 국회에서 친일파 파묘를 위한 국립묘지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향군은 이 같은 입법 추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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