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갈팡질팡, 청년 당원들은 “퇴진하라”… 길 잃은 통합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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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2주 지나도록 내홍 지속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왼쪽 사진)와 조경태 최고위원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조 최고위원 등 반대파의 반발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은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임기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직을 거절한 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동주 zoo@donga.com·안철민  기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왼쪽 사진)와 조경태 최고위원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조 최고위원 등 반대파의 반발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은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임기 4개월짜리 비대위원장직을 거절한 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김동주 zoo@donga.com·안철민 기자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당내 청년 그룹이 지도부 해체를 주장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도부와 중진은 물론이고 원외 그룹,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까지 뒤엉킨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을 보이면서 최소한의 수습책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선 “이러고도 우리가 공당(公黨)이냐” “이럴 바에는 해체하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통합당 지도부, 상임전국위 날짜도 못 잡아


통합당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지도부는 29일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를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조경태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대하고 일부 최고위원도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고 하면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5월 8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지도부가 향후 수습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지도부가 또 한 번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하는 측에선 상임전국위 재개최가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미 논의가 무산된 안건을 다시 논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토론’을 연일 제기하고 있는 3선의 조해진 당선자는 이날 라디오에서 “모든 회의, 의사결정에는 결정이 한 번 내려지고 나면 일정 기간에 다시 안건을 올려 심의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어 상임전국위 재개최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일사부재의 원칙이 들어가 있지 않을 뿐 아니라 28일 상임전국위는 ‘안건 부결’이 아니라 개최 자체가 무산됐으므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놓고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통합당 청년비대위는 이날 “제1야당이 한 개인에게 무력하게 읍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백경훈 청년비대위원은 “총선에서 41.5%나 되는 국민들이 지지했고, 수십만 당원이 있는데 무력하게 ‘김종인 비대위’에 읍소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이른바 ‘자력갱생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김종인 비대위’가 시동조차 걸지 못하면서 이날 당 안팎에선 자력갱생론이 확산됐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우리를 구원해줄 구원투수나 영웅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구원투수와 영웅이 되자”고 적었다. 3선 당선자 그룹의 박덕흠 의원도 “비대위 출범 여부부터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 김종인, “내가 언제 40대를 염두에 둔다고 했냐”며 모호한 스탠스

하지만 말로는 자력갱생을 거론하면서 실제로 당의 재생 작업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서는 별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지도부에 제동을 건 3선 당선자 그룹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원외 그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내에서는 이들이 ‘보수 재건’에 앞장서지 않고 차기 당권 다툼에만 골몰했다는 지적이 많다. 홍 전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이제 각성하고 그만 미련의 끈을 놓으십시오. (김 내정자는) 80이 넘은 ‘뇌물 브로커’에 불과합니다”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홍 전 대표가 생각 없이 쏟아내는 막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금도조차 없는 그가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도 모호한 입장을 이어갔다. 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자연인이라고 했으면 그걸로 그만”이라며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이 기자들에게 밝힌 “전국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그건 내가 말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제기한 ‘40대 경제통 대선후보론’에 대해서는 “내가 언제 40대를 염두에 둔다고 했나. 자꾸 이상하게 해석해서 얘길 하려고 한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비대위원장 거부’라는 메시지와 당내 반발을 줄이려는 메시지를 동시에 내고 있는 셈이다. 다만 김 내정자 측은 다음 달 8일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당일 바로 공고를 내면 다음 달 12일 정도 상임전국위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걸핏하면 “나는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며 ‘정치적 용병’을 자처하는 김 내정자가 안 그래도 불안정한 통합당의 리더십을 더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통합당의 한 청년 당직자는 “김 내정자가 공언한 ‘파괴적 혁신’이 성공하고 당내 지지 기반을 넓히려면 당과 어느 정도 정치적 운명공동체임을 받아들이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준일·최고야 기자
#미래통합당#김종인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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