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 다시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밝혔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감시소에서 총참모장인 박정천 육군대장에게 전투정황을 제시하고 훈련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말 ‘새로운 길’을 천명하던 북한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미 정책에 대해 강경한 기조를 내세웠으나,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대내외 전략에 있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초만 해도 대미 협상에 있어 ‘정면 돌파전’을 선언하며 무력시위를 지속할 방침을 시사해왔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당장 성과를 내긴 힘들다는 판단 아래, 국제사회를 향해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꾸준히 부각시켜 나가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날 즈음 협상 재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 북한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를 맞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경을 폐쇄하는 ‘봉쇄’ 조치를 취하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 역시 줄어들었다.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를 우려해 평양을 떠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지난달 중순까지만해도 자국 내에 코로나19의 발병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취약한 의료시스템과 1450km가 넘는 중국과의 접경선을 볼 때 북한의 ‘확진자 0명’ 주장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국경을 폐쇄한 북한 내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북한이 들었다면 파급영향은 보건·의료 분야 뿐 아니라 북한의 대내외적 전략 노선에까지 상당한 영향이 미친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날(11일) 이슈브리프 ‘북한 대남·대외정책을 변화할 것인가?-코로나19 변수를 중심으로’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속에 놓인 북한이 Δ내부 결속 Δ긴축재정의 운영 Δ중·러의 우회적 지원 등의 전제가 뒤따라야 지속적으로 북미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은 방역을 이유로 중국과 일시적인 ‘절연’(insulation) 조치를 내렸고, 코로나 사태의 확산은 북한 내부에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당초 복안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변수의 발생은 평양으로 하여금 기존의 대남·대외정책 방향에도 수정을 가하는 것이 불가피한 환경을 촉발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노선수정을 위해서도 북한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과 ‘새로운 전략무기’라는 말을 수습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북한이 ‘무력시위’ 노선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북한은 경우에 따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었는데, ‘새로운 전략무기’ 보다는 제한적인 선제적 능력에 대한 무력시위로 정책이 변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발사 자제 가능성도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는 높아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북한은 또한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 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요청 형식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낳게 한다.
아울러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 정책 역시 코로나19 변수로 영향을 받아 노선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북한이 최근 두 차례의 방사포 발사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비난 담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핵·미사일 문제에 한국이 간섭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함과 동시에 남북 관계에서의 주도권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현재 행태에 대해 ‘희망적 사고’에 입각한 낙관적 전망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이 변하는 대신 한국이 변해서 적극적인 ‘민족공조’로 나올 것을 바라고 있다”며 “우리가 설정한 남북관계 발전의 전제조건을 북한이 얼마만큼 충족하는가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우리 스스로의 페이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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