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총선前 보수통합 촉구… 보수야권 “환영”속 속내는 제각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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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1071일만에 첫 자필 메시지

유영하 변호사 통해 A4용지 4쪽 옥중서신 공개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필 옥중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
유영하 변호사 통해 A4용지 4쪽 옥중서신 공개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필 옥중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수감 1071일 만에 내놓은 첫 자필 메시지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과 이를 위한 보수야권에 대한 통합 촉구로 요약된다. 미래통합당과 ‘태극기 세력’을 대변하는 자유공화당 모두 “기다려왔던 통합의 메시지”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이 이 메시지를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중도층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에 따라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국들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정권 심판론’을 꺼내 들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를 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 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들도 많았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면서 자신의 탄핵을 주도한 유승민 의원의 새로운보수당과 합친 통합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면서 통합을 더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거대 야당’과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를 통합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보수 진영은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환영했다. 통합당 전희경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대한민국을 되살릴 수 있는 통합의 물꼬를 열어주셨다”면서 “폭정을 종식시키고 민생이 살아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통합당 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가 분열될 것이라는 변수, 낙천 인사들이 탈당해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내세우며 출마할 변수 등 두 가지 불확실한 변수가 제거된 것은 일단 야권에 호재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론에선 서로 다른 얘기를 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공화당 등은 더 이상 박 전 대통령 이름을 팔면서 정치하지 말고 통합당으로 들어가라는 게 박 전 대통령의 뜻”이라며 “입당의 문은 열려 있고,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통합당으로 몰아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중도 확장에 방점을 두고 태극기 세력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자연스러운 태극기 세력 흡수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 조 대표는 “공화당 예비 후보자가 7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통합당이 (공천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통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했다. 친박신당 홍문종 대표는 “결정은 통합당에 달렸으며 합당보다는 연대가 효과적”이라고 압박했다. 그래서 야권에선 “일부 비례대표 추천권 부여 또는 특정 지역구에 대한 원포인트식 선거 연대가 가능한 협상선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유승민계가 반발하거나 ‘통합당은 도로 박근혜당’ 이미지가 강화되면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구 후보를 포기하면서 통합당과의 ‘반문(反文) 선거연대’를 사실상 선언한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공식 논평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은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을 지양하라”(이승훈 대변인)며 경계하기도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


#박근혜#옥중서신#미래통합당#보수통합#21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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