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상 유엔총회 또 불참설…북미 실무협상 먹구름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1일 15시 28분


코멘트

외신들 "北 총회 연설자 장관서 대사급 교체 통보"
北, 유엔총회 때까지 상황 따라 재차 번복 가능성도
폼페이오 발언 불만 "실무협상 개최 어렵게 만들어"
김정은, 美 입장 변화 촉구 연말까지 협상 끌고갈 듯
전문가 "여건 봐가면서 진짜 카드 연말에 내놓을 것"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이달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9월 북미 대화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한은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하지 않을 방침을 유엔에 통보했다고 닛케이 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유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리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엔 측에 전달했으며 유엔 주재 대사가 대신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다만 북한이 현재로선 리용호를 유엔에 파견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향후 유엔총회 때까지 상황에 따라선 재차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관측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수 소식통들을 인용해 리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불참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그가 불참한다면 2016년 외무상 취임 이후 유엔 총회 첫 불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뤄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의 북미 고위급 회담은 무산됐다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불참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북한이 유엔총회에 장관급 고위인사를 보내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더욱 압박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던 북미 대화는 여전히 멈춰선 상태다. 북한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화 촉구에도 주요 접촉 계기를 피하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실무협상 호응을 촉구했으나 북측은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거부했다. 또 오는 17일 개막하는 유엔 총회 리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계속 지연되는 북미 실무협상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고 있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불량행동’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돼 있는 조미 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재향군인 행사에서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는 지난달 30일 170만 리터 상당의 석유제품을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한 혐의로 대만인 2명과 대만·홍콩 3개사, 선박 한 척 등을 추가 제재했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대로 비핵화 협상을 올 연말까지 끌고갈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3차 북·미 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고 북미 양측이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갈 경우 북미 회담 연내 개최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과 접촉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말까지는 기다린다고 하니까 기다리는 과정이고 협상 결렬 책임을 미측에 미루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가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정이 급해지는 11월이나 12월까지 버티기를 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진짜 카드는 연말에 나올 것이다. 연말까지 기다리면서 한미 관계나 여건을 봐가면서 유리한 협상 조건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