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친박계(親박근혜) 물갈이론’에 이은 ‘친박신당설’이 불거지면서 어수선하다. 친박계인 홍문종·김진태 의원이 ‘황교안 리더십’ 공격에 나서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건) 아쉬움이 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일정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정권을 놓치지 않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그 길이 오히려 더 빨리 정권을 버리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그 부분에 있어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刑)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이 정부가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거대 계파인 친박계 껴안기에 나서 대거 탈당 우려를 진화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친박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대한애국당 입당을 시사하고 역시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도 황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신당’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돼 왔다.
앞서 신상진 한국당 신(新)정치혁신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및 2016년 총선 공천 사태 등으로 휴유증이 많은 정당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실상 친박계를 저격했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친박 신당’ 가능성에 대해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앞서 언급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한국당 내 친박계 인사들이 탈당하고 바른미래당 일부 인사들이 한국당으로 입당할 경우, 이른바 ‘비박당’과 ‘친박당’으로 나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 내부의 거대 계파인 친박계가 총선을 앞두고 결국 활로를 찾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 배제 움직임이 있으면 이같은 움직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당 내 잦은 충돌로 긴장감이 고조되자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내년 총선도 탄핵프레임 속에서 허우적대려 하는가”라며 ‘도로 친박당’으로의 회귀를 경계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이미 끝난 박근혜 시대를 넘어서야 보수우파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을 아직 모르나”라며 “탄핵 책임론으로 내년 공천 물갈이를 한다고 한다. 지금 한국당 지도부, 국회의원들 중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홍 전 대표는 또 “탄핵을 전후로 한국의 보수·우파들은 영혼 없이 떠돌아다니는 좀비가 되어 버린 느낌”이라며 “적과 아군, 옳고 그름도 구분 못하고 각자 서로 살기 위해 몸 사리고 좌파에 동조하는 것이 살길인양 하루살이 정치만 일삼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나 원내대표의 과거 선택과 관련해 “탄핵 당시만 해도 국회에서 234명이 찬성하는 등 당지도부가 반대하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전제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조만간 나오겠지만, 문재인 정권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또 황 대표가 대권을 바라보면서 활동하는 면이 있는데 팀플레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당 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황 대표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율로 당권을 잡긴 했지만, 독자적인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가 최근 인재영입에 집중하는 것도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방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황 대표는 ‘1차 민생투쟁대장정’를 진행할 때 대구집회에서 “지난 대통령(박 전 대통령)은 나이 많고 병들었는데 교도소에 붙잡아두고 김 지사는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풀어줄 분은 안 풀어주고 안 풀어줘야 할 사람은 풀어줬다”며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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