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은 어떻겠나”…혁신위원장 영입 난항에 흔들리는 손학규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7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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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갈등 장기화에 지친 기색…외부 혁신위에 ‘꼭두각시’ 비판 우려도
‘정병국 혁신위’ 수용 가능성…계파색 옅고 정치 혁신 관심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9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손학규 대표. 2019.6.4/뉴스1 © News1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9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손학규 대표. 2019.6.4/뉴스1 © News1
“나보고 사람들이 잘 참는다고 하지만 내 속은 어떻겠나.”

자신을 향해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반복되는 퇴진 요구를 비롯해 끊이지 않는 당내 분란에도 꼿꼿한 모습을 잃지 않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로한 말이다.

당내 갈등이 길어지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선장인 손 대표에게 최근 들어 지친 기색이 보이고 있다. 특히 대표 퇴진 요구나 당내 분란상은 물론 현 국면을 극복할 대안 마련이 쉽지 않자 더욱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7일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당내 갈등은 지난 4·3 보궐선거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지만, 당의 진로를 결정할 혁신위원회 구성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보궐선거 책임론을 시작으로 패스트트랙 정국을 계기로 갈등이 극에 달해 강제 사보임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어지는 원내대표 경선, 혁신위원회 인선, 윤리위원장 불신임 등에서도 퇴진파와 당권파는 사안마다 부딪치며 ‘한지붕 두가족’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쟁점은 현 난국에 해법을 결정할 혁신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것. 손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의 정병국 의원을 앞세운 ‘전권 혁신위’ 움직임에 반대하며 ‘외부인사 혁신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외부인사 영입에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권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혁신위원장으로 영입 직전까지 갔다가 고사한 외부인사도 있었으며, 최근에는 영입을 눈앞에 뒀다가 ‘측근 인사 영입’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연기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가 특정 인사를 영입해 혁신위에 앉힌다 하더라도 퇴진파의 ‘꼭두각시 혁신위’ 비판에 직면할 경우 의도했던 당내 화합이나 혁신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손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사정이 이런데 누가 와서 도와주려 하겠나. 안타깝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내대표 경선 이후에도 “굴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정치권은 바른정당 출신의 오신환 원내대표 당선에 당내 의원들이 ‘손학규 사퇴’에 중지를 모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내 일각에서는 약해진 손 대표가 ‘정병국 혁신위’를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병국 혁신위 안은 손 대표가 당초 당내 갈등이 점화될 때 대안으로 먼저 내놓은 안이었으나, 혁신위의 필요성 자체를 두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뒤로 밀려난 안이다. 퇴진파가 이를 들고 온 이유도 손 대표가 먼저 들고 나왔다는 점도 깔려 있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 의원이긴 하지만,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특정 계파색이 그리 짙지 않은 인사다. 정 의원은 4차 산업혁명 등 경제분야는 물론 정치 혁신 부분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설사 정 의원이 당 대표 퇴진까지 가능한 소위 ‘전권’을 쥐더라도 원칙적인 성격의 정 의원이 퇴진파 의원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권파 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손 대표가 ‘정병국 혁신위’도 포함해서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마냥 립서비스는 아닌 것 같다”며 “아직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병국 혁신위를 받는 것도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권파 관계자는 “손 대표가 윤리위원장 불신임 문제까지 가면서 심리적 부담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정병국 혁신위는 개인 정병국이라 볼 수 없다.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관측이 맞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손 대표의 고민이 깊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한편, 바른미래당은 오는 10일 의원연찬회를 예정하고 있다. 퇴진파 인사들은 손 대표가 이때까지는 외부인사 혁신위 후보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연일 갈등 양상을 보이는 최고위원회의가 7일 최고위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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