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문무일 반기, 임명 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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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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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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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사실 청와대와 문 총장간의 불안한 기류는 그동안 여러차례 포착됐다.

특히 문 총장은 지난 2017년 7월 25일 검찰 수장으로 임명될 당시부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문 총장에게 역할을 당부했다. 문 총장은 임명장을 받더니 돌연 "하늘이 하늘 노릇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한시(漢詩)를 인용해 답했다.

문 총장이 인용한 한시는 대만 학자 난화이진(南懷瑾)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은 것으로, 각자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이른바 ‘검찰 패싱’논란이 발생하면서 문 총장이 한차례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당시 정부가 검찰을 배제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진행하자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현대 민주국가 중에서 국가경찰 단일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다"며 "법률을 전공하신 분이 그렇게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둔 듯 한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문 총장은 특히 경찰의 '정보수집' 기능에 대해 "말이 동향정보, 정책정보이지 사실상 대국민 사찰"이라면서 "민주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침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월 25일에도 청와대와 문 총장 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가 있었다.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전략회의'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민갑룡 경찰청장 등 관련 기관장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의 당사자 격인 문 총장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누락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한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이 현 정권의 검경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으로 따라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문 대통령이)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같다"고 한 매체를 통해 전했다.

결국 이번에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패스스트랙 안건으로 지정되자 국외 출장중이던 문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문총장은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직 사정기관 수장이 국외 출장 중 정부·여당의 추진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총장은 당초 오는 9일 귀국하려 했으나 귀국일정을 4일로 앞당겼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 총장이 귀국 후 사의을 표함으로써 저항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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