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직업으로서 정치 완전히 떠났다…노무현 늘 그리워”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23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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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어떻게 선 긋나…안 믿어주면 방법 없어"
"대선후보 순위 내려가 다행…사라져주기 바라"
'홍카콜라'와 공동방송 추진에 "대화의 힘 믿어"
"10년 전으로 돌아가도 노무현 웃게 해 주고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3일 여러 차례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재차 제기되는 ‘정계 복귀설’에 대해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완전히 떠났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로 노무현재단에서 가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 기자 간담회에서 ‘여전히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미 다른 기회에 여러 차례 말했는데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다. 가르마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뗀 뒤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 바로 정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하는 것도 정치고, 투표소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정치”라며 “이런 의미의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저도 수 십년 동안 했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좁은 의미에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조금 다른 문제”라며 “제가 정치를 그만뒀다는 것은 이것을 안 하겠다는 뜻이다. 직접 권력을 잡아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언 전 의원이 자신을 향해 ‘틀림없이 선거에 나올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직업으로서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안 한다. 대선에 나가거나 정치를 재개할 의사가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절대 안 한다”고 거듭 밝혔다.

총선 및 대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 어떻게 선을 긋느냐. 그렇게 말씀드려도 안 믿어주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그 분들의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빼주는 언론사도 있고, 계속 넣는 언론사도 있다”며 “다행인 것은 (순위에서) 자꾸 내려가고 있어 안심이 된다. 계속 내려가서 사라져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웃었다.

유 이사장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유튜브 채널인 ‘TV 홍카콜라’와 공동방송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저희가 먼저 제안을 드렸고, 해보자는 답을 받았다”며 “특별한 것은 아니고 만나서 얘기 좀 해보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저는 대화의 힘을 믿는다”며 “만나서 공감을 이루거나 합의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평소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만나 공통된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카콜라에 가끔 진보진영 논객이 출연하고, 알릴레오에 보수정당이나 지식인들도 출연해서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세부적인 것은 더 협의해봐야 된다”고 부연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둔 만큼 고인에 대한 그리움도 내비쳤다.

유 이사장은 “개인적 소회인데 노무현은 정말 괜찮은 토론자였다. 어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상대에게 매우 다양한 형태의 지적 자극을 주신 분이셨다”며 “사법시험을 안 봤다면 괜찮은 연구자가 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 동안 지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그런 분이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매 순간이 아쉬웠다”며 “아쉽지 않을 때가 거의 하루도 없었다. 아쉬움이 늘 있다”고 토로했다.

유 이사장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노 전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 때로 돌아가기 싫다”며 “10년 전 이맘 때는 검찰이 아무 결정도 안 하고 계속 이상한 정보만 흘려서 인격적 모욕을 주던 시점”이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으로 찾아뵌 게 4월19일이었다. 3시간 동안 많이 웃게 해드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그 때로 돌아가기 싫지만 지금이 그 때라면 또 그렇게 할 것 같다. 잠시라도 웃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교학사가 참고서에 노 전 대통령 비하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의 현실정치 소환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현실 문제를 타개해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지낸 분의 현실정치 소환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삶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감정 배출 수단으로 다른 사람의 존엄을 훼손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법적 대응과 정치적 대응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노무현시민센터’(가칭) 건립을 추진한다.

센터는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6월 착공해 2021년 5월 개관할 예정이다. 공연장과, 미디어센터, 강의실, 공유사무공간, 대통령의 서가, 카페테리아, 노무현재단 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돼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총 사업비는 380억원으로 국고보조금 115억원, 재단후원 적립금 165억원 외에 나머지 100억원은 모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재단은 이를 위해 다음달 2일부터 건축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후원 하한액은 5만원이다.

아울러 재단은 다음달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추도식을 비롯해 대전(11일), 광주(12일), 서울(18일), 부산(19일) 등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추모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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