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선언, 빅딜일까 스몰딜일까…“영변 폐기로도 의미”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8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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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번 핵시설 국한해 동결·폐기에 그칠 경우 스몰딜
'영변 넘어' 신고·검증, 해체·반출, 폐기 담기면 빅딜
다만 이번 2차 회담선 영변 폐기만으로도 의미 상당
"최종 회담이 아냐…스몰딜·빅딜 구분 자체가 무의미"

제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 2차 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어느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될지 주목된다.

28일 북미 정상 간 공식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어디까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지 여부가 사실상 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가 담길 하노이 선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을 앞두고 ‘스몰딜’과 ‘빅딜’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두 용어는 공식적이거나 학술적인 표현도 아니고 무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2차 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한 기대감 차이와, 구체적 이행방식과 순서에 대한 관점에 따라 판이하게 평가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흔히 쓰이는 이 표현을 따르자면 비핵화 조치의 수준과 범위, 전체 비핵화 로드맵 유무 등이 빅딜과 스몰딜의 기준을 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핵화 조치 범위로 구분할 때 대체로 ‘영변 폐기 대 종전선언’은 스몰 딜, ‘영변 핵시설+플러스알파(+α) 대 제재완화’가 빅딜로 간주된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기에 그칠 경우 스몰딜, 영변 핵시설 외에 우라늄·플루토늄 시설의 신고와 폐기 및 검증, 핵탄두의 해체·반출, 핵물질 폐기까지 포함되면 빅딜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시 말해 영변에 국한된 비핵화를 스몰딜로, 영변을 넘어서는 미공개 핵시설까지 포함한 비핵화를 빅딜로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동결 수준에 머무르는지, 더 나아가 검증이나 폐기 수준에 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스몰딜과 빅딜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이번 회담이 영변 핵시설을 중심으로 하니까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로, 빅딜이다. 동결·폐기만하고 검증 없이 모호하게 처리하면 의미없는 비핵화 조치, 즉 스몰 딜”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영변만 놓고 볼 때 영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스몰딜이고 그 이상이 들어가면 최소한 미들딜이나 빅딜”이라며 “검증도 단순한 검증이 아니라 시료·채취나 의심시설 방문과 같은 구체적 검증이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두 정상이 28일 핵 담판에서 도출할 하노이 공동선언에 ‘구체적인 검증’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스몰딜과 빅딜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담이 정상 간 담판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영변 핵시설 검증·폐기와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남북 경협을 맞바꾸는 ‘미들 딜’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번 2차 회담에선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로 북한 핵 능력의 70%를 차지한다. 5MW 원자로를 통한 플루토늄 재처리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핵물질을 생산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건물 400개가 모여 있다. 북한은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전세계에 생중계하고도 이듬해인 2009년 다시 가동을 시작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일부에서는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데, 사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상당한 비핵화 성과로 볼 수 있다”면서 “영변 핵시설이 전체 북한 핵시설에서 50%밖에 안 된다거나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잘못됐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결코 스몰딜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 센터장은 “이번 회담에서 제대로 영변이라도 해결하면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면 북미 간 의미있는 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를 스몰딜, 빅딜로 구분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불과 두번째 회담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최종 회담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회담 결과를 스몰딜과 빅딜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번이 최종 회담이면 스몰딜이나 빅딜의 의미가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했듯이 올 가을이나 내년에 다시 3차 정상회담을 한다면 스몰딜이든 중간딜이든 나눠서 할 수 있다”면서 “이번 회담이 최종 회담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비핵화 검증이나 핵무기까지 포함되지 않았다고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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