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형’ 이정현 녹취록 “정부·해경 두들겨 패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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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4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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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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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한 이정현 의원(60·무소속)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했다.

1985년 구용상 의원(민정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계가 친박(친박근혜)계를 배제하면서 당선 여부가 불투명한 22번을 받은 이정현 의원은 가까스로 비례대표로는 유일한 친박계 의원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닻을 올린 2013년 3월 정무수석비서관에 임명된 이정현 의원은 그해 6월부터 세월호 참사 얼마 후인 2014년 6월까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이 의원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된 건 2016년 6월.

녹취파일에서 당시 이정현 수석은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지금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해경을 두들겨 패서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겠냐”며 KBS의 해경 비판 논조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다”며 “너무 어렵다. 한 번만 도와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KBS 보도가) 과장이 심하다. 앞으로 정부를 비난할 시간이 있을 테니 지금 며칠만 기다려 달라”, “(보도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해주든지 아니면 한 번만 다시 찍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6년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녹취파일 공개라는 암초를 만난 이정현 의원은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동아일보엔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본분을 다했다는 점을 국민께서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정현 의원을 소환해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과 통화한 경위 등을 물었고, 그해 12월 방송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올 10월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당시 이정현 의원 측 변호인은 “방송편성 간섭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1987년 제정됐다”며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조항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이정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한다’는 공무원법에 따라 형이 이대로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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