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연연 않겠다”…北 협상 재개 앞두고 ‘기싸움’ 고조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2일 14시 32분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안건 내세워 美 ‘성의’ 압박
폼페이오 방북·빈 협상…북미 첫 대화 시점 주목

리용호 북한 외무상. 2018.8.4/뉴스1 © News1
리용호 북한 외무상. 2018.8.4/뉴스1 © News1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힘겨루기에 나선 모양새다. 북한의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의 최대 안건 중 하나인 종전선언에 대한 대미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일 조선중앙통신의 ‘종전은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통신은 기사에서 “(종전선언은) 조미(북미) 쌍방뿐 아니라 조선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동북아시아 지역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다 부합된다”며 “결코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날 종전선언 문제를 들어 집요하게 미국을 압박했다. 이날 통신의 기사에선 “정전협정에 따라 이미 반세기 전에 해결됐어야 할 문제” “미국도 공약한 가장 기초적이고 선차적인 공정” “종전 문제는 10여 년 전 부시 행정부 시기에 미국이 먼저 제기한 것” 등의 언사가 등장했다.

특히 “조미가 6.12 공동성명에 따라 새로운 관계 수립을 지향해나가는 때에 조미사이의 교전관계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대목에 북한의 주장의 핵심이 담겨 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관련한 정치적 협상의 안건이 아니라 북미 관계 개선, 6.12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미국이 ‘응당히’ 취해야 할 조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통신은 이날 남북 합의를 언급하며 미국을 공격하기도 했다. 통신은 종전선언이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공동성명)’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 선언)’에 명기돼 있다며 “우리보다도 미국을 비롯한 다른 당사자들이 더 열의를 보인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중재자’인 우리 측을 끌어들여 미국 측의 태도에 ‘성의’가 없음을 지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승적 조치’를 강조하며 의지를 재확인했다.

통신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미 수뇌회담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해나가려는 확고한 입장으로부터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것을 천명했다”라며 “영변 핵시설에 대해 말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온 세계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우리 핵계획의 심장부와도 같은 핵심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문에 ‘핵심 시설’인 영변을 적시한 것이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음을 드러내며 “그만큼 비핵화 의지가 강하니 성의를 보여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협상 재개 직전의 기싸움 측면이 강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북미 협상의 대가로 제시하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보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동시에 “미국이 구태의연하게 대조선 제재 압박 강화를 염불처럼 외우면서 제재로 그 누구를 굴복시켜보려 하고 있다”라며 제재 완화를 거듭 주장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을 요구하지 말고 미국도 내줄 것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제73차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29일 유엔 총회 일반 토의 연설을 통해 “우리의 핵실험과 로켓 시험을 문제시해 숱한 ‘제재 결의’들을 쏟아낸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이지만 그 시험들이 중지된 지 언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사격’을 얻어 낸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신의 기사에서 “다른 당사자들이 더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대목이 등장한 것에서도 이 같은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다만 통신은 이날 기사에서 미국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최근 미국의 이른바 조선 문제 전문가들 속에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궤변들이 나오고 있다”며 간접적인 비난을 가했다.

또 공식 기구의 성명이나 담화가 아닌 일반 기사 형식을 택한 것을 두고도 북한이 협상 재개를 앞두고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북미 고위급 회담의 공식 재개 시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빈 협상을 앞두고 있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폼페이오 장관과 리 외무상이 만난 것 외에는 아직 가시적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미는 남북 10.4 공동선언 기념행사가 끝난 뒤 내주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 모멘텀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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