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패러다임 전환엔 고통 따라… 소득성장 속도감 있게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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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소득주도성장 가속]휴일 간담회서 비판론 정면반박

“만약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것이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책 노선 갈등을 일으켰던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 실장은 ‘고용 쇼크’ 등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최근의 고용·가계 소득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장하성 “패러다임 바꾸는 데 고통 따라”

A4용지 한 뭉치를 들고 춘추관에 입장한 장 실장은 이날 20여 분에 걸친 모두 발언을 통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의 필요성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장 실장은 “경제가 성장을 해도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더 커졌으며, 고용 안정성은 낮고, 기업의 투자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 실장은 “이런 상황이 올해 들어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경제 구조를 바꾸는 일’에 매진해 왔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투자 중심의 과거 정부 경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등 3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는 게 장 실장이 내놓은 해법이다. 장 실장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 세대가 현 경제 구조의 체질을 바꿔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는 각종 경제 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꼽고 있지만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실장은 “과거 정부에서도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투자 중심의 성장 정책을 10여 년간 실시했지만 성장 잠재력을 높이지 못했다”며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은 선택의 문제도, 선후의 문제도 아닌 반드시 같이 가야 할 ‘필연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 “나는 스태프다”

장 실장은 또 김동연 부총리와의 불화설 진화에 나섰다. 장 실장은 “김 부총리의 말씀이 정확하다. 나는 스태프다. 나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책을 맡고 있고, 부총리는 그 정책 집행의 수장이니 의견이 다를 땐 분명히 밝히고 토론하고, 정책 선택을 이어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완전히 같은 의견과 생각이 있다면 오히려 위험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부부간에도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장 실장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1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과 야권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직접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분은 소득주도 성장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말할 때 최저임금 외에 구체적으로 정책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급등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 “(현 상황을) 거래량은 매우 적은데 기대 심리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월부터 정부가 완벽하게 누가 어떤 주택을 갖고 있고, 누구에게 임대하는지 등을 전산으로 실시간 완벽하게 파악하는 체제가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장하성#패러다임 전환#소득성장 속도감 있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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