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민주절차 어긴 대통령을 민주절차로 심판”

입력 2017-12-09 03:00업데이트 2017-12-13 07:4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토요판 커버스토리]국회, 탄핵 가결 1주년 토론회
“작년 8월부터 ‘최순실 TF’ 활동”… 與, 340페이지 분량 백서 발간
이정미, 탄핵직전 “화합 치유” 써넣어
“9월 들어서면서 우상호, 박범계, 도종환, 조응천, 손혜원 의원이 한자리에 모여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의 활동은 같은 민주당에서조차 은밀히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1년을 하루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와 공동으로 발간한 ‘탄핵, 100일간의 기록’에 담긴 비사의 일부다. 340여 쪽 분량의 백서에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시점부터 촛불집회, 국정조사 등 탄핵 정국의 숨 가쁜 기록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가 공론화되기 전인 지난해 8월부터 최 씨 관련 개별 정보들을 취합해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다. 물밑에서 이른바 ‘최순실 TF’를 만들어 활동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에 대한 각종 의혹이 난무할 때였다.

백서는 긴박하게 이어진다. “이 자리에서 도 의원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비리를, 조 의원은 청와대와 재벌 쪽 정보를, 손 의원은 문화계와 차은택 쪽 정보를 내어 놓았다.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서 맞추어 보니 사건의 전모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상황은 세 가지로 정리됐다. 이 세 갈래를 바탕으로 우 원내대표는 TF에 참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공해 나가야 할지에 관한 전략을 수립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이후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감춰진 국정 농단의 진실이 봇물 터지듯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입었던 한복 등을 최 씨가 준비한 정황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의 허술했던 설립허가 과정 등이 국회에서 밝혀졌다.

백서에는 당시 여당(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실책으로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역설적인 상황도 담겼다. 새누리당이 국감을 일주일간 보이콧하면서 야당이 단독으로 진행한 국감에서 최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 폭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1주년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적인 절차를 크게 어긴 대통령을 가장 민주적인 헌법 절차로 심판한 역사적 성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탄핵사건 재판장을 맡았던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55·사법연수원 16기)이 3월 10일 선고 직전 당초 원고에 없었던 ‘화합과 치유의 길’이란 문구를 직접 써넣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헌재가 최근 발간한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심판 자료집’에는 이 전 재판관이 당시 고심하면서 손글씨로 수정한 16곳의 원고가 포함돼 있다.

이 전 재판관은 주문에 앞서 낭독한 ‘선고에 즈음한 소회’란 원고에서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장을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수기로 고쳤다.

최고야 best@donga.com·배석준 기자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정치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