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굳었던 김정은 주먹 불끈… 日언론 “다음은 신형 SLBM”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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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화성-15형 발사현장 공개

궤적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새벽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이뤄진
 평안남도 평성 현장을 찾아 주먹을 불끈 쥐며 발사 상황을 보고 있다. 김정은 뒤에 최근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왼쪽)과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궤적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새벽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이뤄진 평안남도 평성 현장을 찾아 주먹을 불끈 쥐며 발사 상황을 보고 있다. 김정은 뒤에 최근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왼쪽)과 유진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최저기온이 영하 5도였던 지난달 29일 새벽 평안남도 평성의 한 들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은 김정은은 양손을 검은색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초조하게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굳은 얼굴은 지휘감시소(지휘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웃음꽃이 피었다. 모니터엔 대기권 밖으로 뻗은 ‘빨간색 선’(로켓 궤도 추정)이 선명했다. 김정은은 오른손 주먹을 꽉 쥔 채 환호하며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오전 3시 17분 감행된 화성-15형의 발사 전 과정을 김정은이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28일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깊은 밤 현장에 도착했다”고 했다. 흐렸던 평성 일대 날씨가 개자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이동식발사대(TEL)가 대기하고 있던 대형 창고부터 찾았고, 발사대가 이동하는 과정, 설치하는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 이후 발사장과 멀리 떨어진 지휘소를 찾은 김정은은 발사 순간에는 밖으로 나와 지켜봤다.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미사일을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

하지만 미사일 궤적과 상태 등을 보여주는 모니터 4대가 놓인 지휘소 안에 들어와서는 자신감 있는 웃음을 보였다. 국방과학원 전일호 중장 등 미사일 개발 관계자들과 담배를 피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이) 화성-15형 단번 성공에 기쁨을 금치 못하면서 대만족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화성-15형은 서울보다 30분이 늦은 북한 시간으로 오전 2시 47분경 발사됐다. 평양에서 30km 떨어진 평성을 오가고, 발사 전 과정을 체크하느라 김정은은 거의 밤을 새웠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령도자 동지께서는 (화성-15형 관련) 국방과학원에 매일같이 세심한 지도를 줬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이 이번 미사일 발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29일자 5개 면을 화성-15형 발사 기사와 사진 42장으로 ‘도배’했다. 30일자 1면 사설에서는 “(7월) 화성-14형 성공 후 불과 몇 달 안 돼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성공시킨 것은 남들 같으면 엄두도 될 수 없는 기적 중에 기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조선청사에 길이 빛날 민족의 대경사, 위대한 조선인민의 대승리”라면서 앞으로도 핵과 경제 개발의 병진노선을 고수할 것을 강조했다.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미국을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은 “‘태평양 수소탄 실험’은 북한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미국의 대응을 봐가며 스커드나 노동,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신문은 30일 북한이 ‘화성-15형’에 이어 신형 SLBM ‘북극성 3호’를 조만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북한 군수부문에 가까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극성 3호’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곧 발사 실험을 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북극성 3호의 동체는 북한이 건조 중인 신형 잠수함에 2기를 탑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발사했던 ‘북극성 1호’보다 더 날렵해졌다는 정보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또 북한이 전날 발사한 화성-15형은 올 7월에 발사한 ICBM 화성-14형 및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개발한 팀과는 별도의 팀이 연구개발을 담당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의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은 구조(클러스터 로켓)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북한#김정은#미사일#화성-15형#시험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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