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암 수술했다고 강제전역 안돼” 민유숙 “성폭행범, 합의해도 실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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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후보자 판결 분석]

김명수 대법원장이 28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안철상 대전지법원장(60·사법연수원 15기)과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52·18기)는 재판 업무를 주로 해온 정통 법관이다. 두 대법관 후보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판결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후보자와 민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모두 5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 표현의 자유 제약하는 행정처분 제동

안 후보자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07년 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군인을 강제 전역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유방암 수술을 받고 2006년 강제 전역당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61)의 소송에 영향을 줬다. 당시 피 처장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암 병력 때문에 군에서 강제로 떠나는 게 불합리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피 처장은 2008년 국방부의 퇴역 처분을 취소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안 후보자는 2011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 당시 여성가족부가 노랫말에 ‘술’이 들어간 가요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사건에서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과도한 행정처분이라는 게 안 후보자의 판단이었다. 또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로 귀화가 거부된 중국동포의 귀화를 인정하고 미얀마 출신 민주화 운동가 8명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안 후보자는 법원 내부에서 행정법과 민사집행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행정소송의 이론과 실무’ 책 집필에 참여했고 법관 학술단체인 행정판례연구회 부회장을 지냈다. 또 법원 내 모임인 민사집행법연구회와 언론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예외적으로 허용

민유숙 후보자는 2014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17세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민 후보자는 2013년과 2015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 시상하는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

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있던 2009년 전두환 정부 시절 반국가단체 결성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아람회 사건’ 관계자들에게 국가가 184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2015년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맡았을 때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진 경우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를 적용한 첫 판결이었다.

민 후보자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 법리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에는 서울고법의 유일한 여성 재판장으로 성폭력전담재판부를 이끌었다.

○ 문 대통령, 앞으로 대법관 10명 임명

문 대통령은 6월 판사 출신 조재연 변호사(61·12기)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박정화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52·20기)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이어 8월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대법원장과 박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조 대법관과 안 후보자, 민 후보자는 특별한 이념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건국대 법대 출신인 안 후보자의 경우 ‘비(非)서울대’, 민 후보자는 ‘여성’에 방점을 둔 대법관 후보 지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조 대법관과 박 대법관도 각각 성균관대 법대와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비서울대’였다.

13명의 현직 대법관 중 문 대통령이 임명한 2명과 2022년 9월 퇴임할 예정인 김재형 대법관(52·18기)을 제외한 10명의 후임을 모두 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내년 8월에는 고영한(62·11기) 김창석(61·13기) 김신 대법관(60·12기)이 퇴임하고 내년 11월에는 김소영 대법관(52·19기)의 임기가 만료된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4명의 대법관 후임에 이번에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꼽혔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출신 김선수 변호사(56·17기)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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