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단절하라” 국제사회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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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금지 국가에 북한 추가포함
작년 美비자발급 북한인 110명 그쳐… 실효성보다 ‘北봉쇄’ 상징적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8개국 입국 금지·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또 다른 북한 봉쇄 정책이 본격 시행됐다. 이달 1일 정식 발효된 미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와 맞물려 외교적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인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6월에 발표했던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이란 등 6개국 중 수단이 빠지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가 새로 추가됐다. 북한과 차드를 포함한 7개국은 미국 입국이 전면 금지되며, 베네수엘라는 일부 정부 관리 및 가족의 입국이 제한된다. 백악관은 행정명령 포고문에서 “북한 정부가 미합중국 정부와 어떤 면에서도 협조하지 않으며(does not cooperate with the US Government in any respect), 모든 정보 공유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그 자체만으로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친다.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인이 극히 적은 데다 이미 유효한 비자를 받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미국 입국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회계연도에 미국 비자를 받은 북한 사람은 110명에 불과하다”며 “입국 금지 조치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고통을 느낄 만한 파격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에 대한 전방위 압박 차원이다. 기존에 있던 입국 금지 국가 명단에 이름을 더한 수준”이라고 했다.

미국은 행정명령의 실효성보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제재와 압박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잇따른 북한 대사 추방처럼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자 하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 단절하라’ ‘미국이냐 북한이냐 선택하라’와 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국 금지조치라는 메시지를 북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반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으로 경제적 압박, B-1B 전략폭격기 대북 전개로 군사적 압박 등 다양한 카드를 속도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대북 압박전에서 북한을 압도하겠다는 효과도 노린 듯하다. 당초 입국 제한 명단에 없던 북한을 새로 넣은 것은 유엔 총회 연설을 기점으로 시작된 북한의 극렬한 반응에 대한 맞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열어둔 여지는 없을까.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박사는 “‘미국 정부와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포고문 속 표현은 뒤집어 말하면 ‘북한은 협조하라,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뜻”이라면서도 “그렇지 않으면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높일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트럼프#북한#입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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