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제가 좌파나 빨갱이가 아니다…MB·방송사 사장 모두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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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19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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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진환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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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부 때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방송인 김미화가 “(이명박) 대통령이 한 진행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을 방송사 사장이나 임원들이 그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제가 그 오랜 세월동안 고통을 당한 것”이라며 “(모두) 공범자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미화는 18일 오후 방송된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MB정부 때 받았던 탄압에 대해서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미화는 2003년 10월부터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를 진행했다. 당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동시간대 청취율 1위, 전체 프로그램 중 광고 판매율 2위 등 큰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갑작스러운 하차 압박을 받았고 결국 2011년 4월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

이날 김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2008년부터 갑자기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며 “2009년도 개편이 있었을 때 신경민 앵커랑 저를 좌파로 낙인찍어서 피디(PD)가 계속 높은 분들한테 불려갔다 혼나고 내려오고 그랬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1년 김재철 사장 시절, 간부들에게 시사프로그램 말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간부들 얘기만 있었으면 제가 견뎠을텐데,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김재철 사장을 만났는데 사장께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주셨으면 한다는 이야길 하셨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렇게 그냥 있으면 정말 비참하게 잘려 나갈 것이니까 내 스스로 조금만 나의 어떤 자존심 같은 것을 지키자 그래서 회사 나올 때 사표 딱 멋지게 던지고 나오듯이 그렇게 그만뒀다”라고 밝혔다.

김미화는 낯선 남성 2명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와 대본을 보자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방송을 하고 있는데 밖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이게 무슨 일인가 끝나고 물어보니까 정보과에서 나와서 대본을 좀 봐야겠다고 얘기를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김미화는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문건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KBS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김 씨는 “그게 2010년도이다. 2009년 민간인사찰 그러니까 MB정권에 민정수석실에서 한 민간인사찰 명단에 저에 대한 파일명 ‘MBC진행자 김미화 교체 동향건’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0년도에 갑자기 KBS블랙리스트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서류가 내려 왔다”며 “그런데 이게 사그라지지 않고 저에 대한 어떤 서류가 돌고 있어서 출연이 안 된다니까 당연히 거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CBS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수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CBS로 제가 옮겼을 때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저희 프로그램만 콕집어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한 경제학자가 나와서 우리나라 농업정책 중 뭐가 농부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3초 얘길 했는데 그걸로 시비가 붙어서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제가 좌파나 빨갱이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냥 사회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그냥 그런 분들과 함께 손잡고 위로해 드렸던 것뿐”이라며 “그것을 ‘너는 빨간색이야’라고 단정 지어서 매도시킨 거다. 그 죄는 반드시 책임을 지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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