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주식 대량매입, 내부정보 의혹… 로펌 동료가 변호한 회사 주식 사 차익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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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의원 “이유정 조사하라” 진정서
금융당국 ‘낙마자’ 조사할지 불투명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사퇴했지만 이 전 후보자의 재산 축적 과정과 내부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한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은 이날 이 전 후보자를 조사하라고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의혹의 핵심은 이 전 후보자가 백수오 관련 업체 ‘내츄럴엔도텍’에 투자할 때 내부자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했는지 여부다. 이 전 후보자는 내츄럴엔도텍의 비상장 주식을 샀지만 얼마 후 상장이 되고 2차례 무상증자도 이뤄졌다. 가짜 백수오 파동에 따라 일부 보유 주식을 손해를 보고 매각하기도 했지만 총 5억7000만 원대 시세차익을 올려 의혹이 커졌다.

여기에다 이 전 후보자가 법무법인 자하연 변호사로 활동할 때 동료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자하연은 2008년 2월과 6월 대한방직의 주식 단기매매 차입금 소송과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대리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2008년 11, 12월 대한방직 주식 4800여 주를 총 8900만 원대에 사들인 뒤 2009년 5월부터 매도해 4000만 원대의 시세 차액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이 전 후보자가 ‘내부자 거래’로 미공개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이 임박한 비상장 주식을 대거 사들인 뒤 상장 차익을 얻고, 악재성 공시가 터지기 전 주식을 팔아 수억 원의 이익을 올린 것은 내부 정보를 받지 않고서는 생기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전 후보자가 판사였던 남편과 본인이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얻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의혹이 여전한데도 금융당국은 이 전 후보자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전 후보자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개별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구체적인 혐의가 있어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 당국의 미온적 태도를 놓고 금융권에는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사당국이 알아서 엎드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후보자가 사퇴해 금융당국이 조사 착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관측도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강유현 기자
#이유정#주식#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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