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될 절호의 기회” 들뜬 공시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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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관-교사 등 1만2000명… 하반기 추가채용 소식에 기대감
일부 직장인 사표내고 학원가로… “반짝채용 그칠것” 의심의 시선도

“지금이 증광시(增廣試)래요.”

5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경찰공무원 준비학원에서 만난 김모 씨(19·여)가 말했다. 그는 학원 1층에서 인스턴트 참치죽으로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김 씨가 말한 증광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열린 특별시험이 바로 증광시다. 하반기 1만2000명 이상의 신규 채용을 앞둔 공시촌 분위기를 빗댄 말이다. 고교 졸업 후 곧장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김 씨는 “학원 강사들이 ‘지금 같은 호재가 없다. 수강생이 줄어도 좋으니 전부 합격하라’며 매일 독려한다”고 덧붙였다.

5일 ‘일자리 추경안’이 발표되자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몰려 있는 노량진 고시촌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채용 규모가 확정된 경찰관과 소방관, 교사, 사회복지직 등 안전과 민생 관련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기대감이 크다.

3년 동안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가 포기하고 고향에서 부모님 일을 돕던 박모 씨(30·여)는 1년 만에 노량진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1년 안에 꼭 합격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중견기업에 취직해 1년 8개월을 다니던 이모 씨(28·여)도 얼마 전 사표를 내고 노량진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계속되는 야근과 부실한 회사 복지가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씨는 “특히 열악한 환경의 중소업체에 다니던 여자 친구 가운데 나와 같은 결정을 내린 사람이 여러 명”이라고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 유모 군(18)도 최종 목표는 2년 안에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유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를 뒤로한 채 현재 공무원시험 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경찰·소방직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에도 최근 수강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강사는 “하루에도 8, 9건씩 직장인과 대학생 등 비공시생들의 문의전화가 온다”며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시험 준비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정은주 씨(21·여)는 “채용 확대 소식을 듣고 준비를 시작한 사람들이 내년 3월이 되면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내고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때는 경쟁이 더 심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년째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 씨(29)는 “박근혜 정부 때도 공무원 채용을 늘렸다가 후반기에 다시 줄였던 적이 있다. 한 번 겪었기 때문에 또 그런 일이 있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정지영 기자
#공무원#공시족#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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