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초점… 방위비 분담-FTA 거론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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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행-트럼프 첫 통화

 3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가 성사되면서 탄핵 국면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급 외교가 가동을 시작했다.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통화까지 10일이 걸렸지만 인도(24일), 일본(28일)에 이어 아시아 정상으로는 세 번째로 빨리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총리실은 강조했다.

 이날 통화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지도부와 대화를 하려 해도 전화받을 상대방이 없다”(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식의 비판을 잠재우는 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면담하고 다음 달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나온 ‘한국이 일본에 뒤처진다’는 우려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게 됐다.

 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북핵 공조 중에서도 ‘군사적 대응’에 집중됐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연합방위능력 강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논의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민감한 현안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고 이날 통화에서도 ‘북한 문제에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혀 한미 동맹과 북핵 공조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정상급에 이어 각료급 후속 접촉도 이어진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해 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회담을 가진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다음 달 16, 17일 독일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활용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한미 양자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정책 협의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련의 한미 정책 공조가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 포위 외교’의 일부로 비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과 이미 갈등을 겪고 있고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제재 강화를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한국으로서는 미국 못지않게 중국과도 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국이 전화통화, 장관 방문으로 외교적 호의를 베푼 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서 초강경 압박 전술을 구사하거나 과거사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에서 일본 편을 들며 한국에 양보를 강요할 수도 있다.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권한대행 체제의 외교적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21일(현지 시간) 멕시코, 캐나다, 22일 이스라엘 정상 등 인접·우방국과 통화를 한 뒤에야 황 대행과 통화했다. 순서로는 13번째다. 29일 통화가 이뤄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도 뒤졌다. 통화 시간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왕(60분), 아베 총리(42분)보다 짧은 30분에 그쳤다.

 황 권한대행이 이날 통화에서 방한을 제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의례적 대답으로 한미 정상회담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숭호 shcho@donga.com·우경임·황인찬 기자
#트럼프#황교안#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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