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여당, 친박과 絶緣하고 ‘2004년 천막당사’로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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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명재 사무총장이 그제 사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비박(비박근혜)계 당직자들의 사퇴는 있었지만 친박(친박근혜) 당직자, 그것도 ‘이정현 지킴이’라 불리는 인사의 사퇴는 처음이다. 새누리당의 내홍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무총장의 사퇴에 앞서 직업 당료 집단인 사무처는 전날 비상총회를 열어 이정현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당을 이끄는 최고 책임자이자 당료 출신으로는 최초로 당 대표직에 오른 ‘롤 모델’에게 사무처 직원들이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은 예사일이 아니다. 사무처 비상총회는 2003년 이른바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탈당과 함께 헤쳐 모여 얘기까지 나온다. 주류 친박 의원들이 엄호사격까지 나섰으나 전혀 씨알도 안 먹히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의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 새누리당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5%, 새누리당 지지율이 15%(한국갤럽 18일 발표)라는 것은 곧 보수의 실망, 보수의 이탈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 사태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가치가 폄훼되고, ‘보수=부패’로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의식 있는 보수세력은 걱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당헌 8조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자행한 ‘국가 사유화’에 대해 이 대표는 물론이고 새누리당에 몸담은 모든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보수정당이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려면 2004년 부패의 원죄에서 벗어나는 상징적 조치로 허허벌판에 천막당사를 차린 것 이상의 결기가 있어야 한다. 총선을 코앞에 둔 당시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15%였다. 그때는 박 대통령이 긴급 소방수로 투입됐는데 지금은 박 대통령 때문에 위기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보수적 가치를 지닌 국민을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은 이 대표는 물론이고 친박 지도부 전원의 사퇴, 박 대통령의 출당(黜黨)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
#새누리당#박명재#최순실 게이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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