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새누리당…‘최순실 게이트’ 수습 실마리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20시 55분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새누리당은 악화 일로를 걷던 '최순실 게이트' 파문을 수습할 첫 단추를 겨우 끼웠다는 분위기였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사퇴 등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독자적인 당 쇄신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류-비주류 간 내홍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 한 고비 넘긴 새누리당

박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에 "참담하다"고 반응했던 여권 대선주자들은 8일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유승민 의원은 "일방적 총리 지명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면서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사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수습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야당이 먼저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놓고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불통·독선 대통령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에서 진일보했다"며 "야당은 초헌법적인 발상인 '2선 후퇴' 주장을 그만 두고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을 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던 비주류 의원들도 한 고비 넘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3선 이상 비주류 중진들의 '구당(救黨) 모임' 간사격인 황영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첫 걸음을 잘 내딛었다고 본다"며 "남은 문제는 현 지도부 퇴진을 포함한 쇄신 방향"이라고 말했다. 총리 추천권을 포함해 일단 '공'이 야당으로 넘어간 만큼 당분간 당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전날 '대통령 탈당' 카드를 꺼낸 김무성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야당과 조율 없이 덜컥 "국회를 찾은 데 대해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다니는, 이런 시도는 참 잘못됐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더 좌절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 갈피 못 잡는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늘도 메시지가 없을 경우 친박 지도부가 먼저 나서 대통령에게 '김병준 지명 철회'를 요구하려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으니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조만간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당 쇄신책의 로드맵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상에 따르면 재창당 준비위는 서청원 김무성 심재철 이주영 원유철 정갑윤 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7명과 4선 중 원내대표를 지낸 유승민 최경환 의원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준비위가 자리를 잡는 시점에서 사퇴하는 수순을 밟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은 현 지도부가 퇴진한 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 오히려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주류 측에서는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미 의원들은 이정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저항에도 변화가 없다고 하면 이제는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내홍 속에 자중지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선 하태경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최순실의 증인 채택을 막은 원내지도부에 책임론을 제기하자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발끈하며 "누가 뭘 막았다는 것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후 김 수석이 "그럼 내 책임이니 관두겠다"고 말했지만 주변의 만류로 실제 사퇴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전북 전주에 지역구를 둔 정운천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에서 배제된 데 반발하며 국회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정 의원은 "친박계인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으로 갑자기 교체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정 의원이 지도부 퇴진 주장을 밝힌 데 따른 '괘씸죄'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수석은 "의석수에 따라 권역별로 할당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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