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 안할 것… 동결이 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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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가정보국장 발언 파문… 美정부 일각 대화 재개론 반영
국무부 “비핵화가 목표” 진화 나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이 25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만큼 핵 폐기가 아닌 동결로 북핵 정책의 목표를 낮춰 잡아야 한다는 뜻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DNI는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각종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자리로 대북 정보의 주무기관 중 하나로 꼽힌다.

 클래퍼 국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 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가능성이 없는 것(lost cause)’이다. 핵무기는 그들의 ‘생존 티켓’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한 것을 거론하며 “내가 북한에 가 봐서 북한 입장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조금 안다”며 “그들은 포위돼 있고 피해망상적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그들의 핵무기 능력을 단념시키려는 생각은 애당초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며 “아마도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cap)”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이마저도(핵 동결 요구도) 우리가 그냥 요구한다고 순순히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싫더라도 다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내 일각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그 이상의 개발을 막는 것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 연방하원 의원을 지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제인 하먼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잡고 북핵 동결을 당면 목표로 삼아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인식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북핵 위기가 장기화하는 데 따른 미국과 국제사회의 피로감과 좌절감 등이 확산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클래퍼 국장도 이날 “우리는 북한이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포함해 잠재적으로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개인적인 견해’라며 선을 그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대북 정책의 목표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러려면 북한이 그럴 의지와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북핵#비핵화#클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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