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고개젓는 美… 뒷북 대응마저 산넘어 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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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3>미중에 의존한 한국 외교와 국방의 그늘
묘수없는 군사대응

미군 전략 핵폭격기 B-1B 랜서
미군 전략 핵폭격기 B-1B 랜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핵위협이 현실로 닥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뒷북 대응이 아니라 북한의 핵 사용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비책(秘策)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18일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에 요청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비한 핵추진잠수함(핵잠)의 조기 확보를 비롯해 북한 핵실험 이후 일각에서 제기됐던 핵무장, 전술핵 재도입 등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한미 동맹 안정성, 국제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과 부작용 문제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 안보 사치품? 미래 전략무기? 핵잠(核潛)

 핵추진잠수함은 북한 SLBM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핵 탑재 SLBM을 실은 북한 잠수함을 밀착 감시하려면 무제한 잠항 능력을 가진 핵잠(3000t급 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새누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SLBM 보유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남북 간 전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핵추진잠수함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핵잠수함 원료인 농축 우라늄을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어 해석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과거 핵잠 도입 사업에 참여했던 문근식 해군 예비역 대령은 “핵잠은 속도와 은밀성 등 잠항작전에서 디젤잠수함을 압도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핵 위협을 계기로 미래의 대주변국 전략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핵잠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건조비용이 디젤잠수함의 두 배(척당 1조6000억 원)가 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 등 난제도 적지 않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핵 탑재 SLBM에 맞서 핵잠을 갖자는 논리는 과도하다”며 “디젤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는 것이 SLBM 저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독자 핵무장은 실리와 명분 모두 손해

 독자적 핵무장은 북한의 핵을 핵으로 저지하자는 논리다. ‘공포의 균형’을 통해 북한이 함부로 핵카드를 꺼내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핵무장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이 결심만 하면 1년 내 핵을 개발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핵무장은 패착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경제 외교적 제재로 수출·금융 분야에 막대한 타격은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충돌 등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극구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의 핵무장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술핵 재배치도 가능성 희박


 1990년대 초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미국이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에 재배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유사시 괌 기지나 미 본토의 핵우산 전력(핵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 등)보다 더 신속하게 북한의 핵을 저지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미 양국 모두 부정적이다. 미국은 전술핵을 갖다 놓지 않더라도 기존의 핵전력으로 대한(對韓) 핵우산 공약을 이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미 정부가 추진하는 비핵화 원칙을 거스르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북핵을 둘러싼 역내 대결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 대안은 없나

 현재로선 미국의 대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이 보유한 첨단 핵·재래식 전력의 북핵 억지 효과를 높이는 군사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략폭격기의 대북 무력시위나 미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으로는 북한의 ‘핵 폭주’를 저지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또는 순환배치 등 더 강력한 확장억제 구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 20일 워싱턴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합참본부 차장을 지낸 신원식 예비역 중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선언 차원을 넘어 한국에 핵공격을 하면 파멸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북한이 절감하게 만드는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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