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광호]국정감사와 공영방송의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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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첫 국정감사가 이달 2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열린다. 내달 11일에는 KBS, EBS에 대한 국정감사가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정감사의 대상 기관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에서 3항까지 국정감사 의무 기관을 적시하고 있다. 또 동법 4항은 감사원 감사 대상 기관 등 다른 기관은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로 국정감사를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에는 국정감사를 남용하지 말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실시하라는 취지라고 하겠다.

공영방송의 경우는 동법 7조 4항 중 ‘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감사대상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는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입법 취지에 맞는 필요성 검토를 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공영방송을 국감에 포함시키고 있다.

현재 공영방송사는 이미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다각도의 평가와 규제를 받고 있다. 공영방송사의 이사 선임제도 역시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이다.

시민의식 고양과 시청자에 대한 공공 서비스 확대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의무와 권력 자본에 대한 견제라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자율성 확보가 기본적 전제조건이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매번 공영방송이 국감 대상이 되는 것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야 할 KBS 등 공영방송을 국정감사에서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지적하며 정치 공세의 장으로 변질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국정감사 자체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

유럽의회는 ‘공영방송은 시민사회 전체에 정보와 문화 교육 오락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시민의식을 고양해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권고 1641)고 지적하고 있으며 영국의 BBC는 2004년 6월 발표한 ‘공공가치 구축’에서 BBC의 규제 기구에 대한 원칙 중의 하나로 상업적 또는 정치적인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임이 보증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도 수정헌법 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 역시 자유언론의 토대 위에서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민주적인 정부나 국가, 대자본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언론 규제가 이뤄진다.

KBS 등 공영방송의 보도 내용에 대한 압력은 자칫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국정감사 계획서에 공영방송에 대한 국정감사는 본회의 의결 전에 법에서 정한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절차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공영방송을 자동으로 국감에 포함시키던 관행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국정감사#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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