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죽기살기로 일해 능력 인정받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3일 03시 00분


간사丙 출신 대표, 사무처 후배들에 열변

최말단 당료인 간사‘병(丙)’ 출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자신의 후배들인 당 사무처 당료들을 12일 만났다. 자신이 이뤄낸 성취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당 사무처 출신이 유리 천장을 깨고 올라갈 수 있도록 “(당료 출신을 앉힐) 제3사무부총장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사무처 선배인 이 대표의 화끈한 약속에 후배들은 환호로 답했다.
○ “새누리당 공채는 정치사관학교”

이 대표는 이날 사무처 직원 100여 명의 기립 박수 속에 서울 여의도 당사 대강당에 들어섰다. 대표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사무처 월례조회였다. 그는 연단에 서서 일방적인 연설을 하는 대신 동그랗게 둘러앉도록 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 공채는 ‘정치사관학교’”라며 “변호사나 장관, 교수 등 낙하산에 밀려 공천 걱정을 하는 후배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호남 출신 비주류가 보수 여당의 대표 자리까지 오른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가감 없이 소개했다.

이 대표는 “언젠가 한 후배가 ‘아침에 먼저 문을 열고 들어와 저녁에 불은 끄고 가는 선배’라고 (자신을) 소개했을 때 눈물이 확 쏟아졌다”며 “죽기 살기로 일해 능력을 인정받으라”고 조언했다. 이어 “거위가 어떻게 하늘을 날겠나. (그런데) 날았다. 벽도 넘었다”고 자신을 비유하며 “여러분이 운명을 걸고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 달라. (일할 수 있는) 공간은 내가 만들겠다”고 했다. 주요 보직에 당 사무처 출신을 우선 배려하겠다는 약속이었다.

30여 분 동안 속사포처럼 쏟아낸 이 대표의 연설에 당 사무처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처 3년 차인 한 직원은 “주말 업무보다 정치에 대한 꿈이 짓밟히는 게 더 힘들었다”며 “사무처 출신이 당 대표가 된 만큼 확실한 동기 부여를 해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반면 다른 공채 직원은 “이 대표도 따지고 보면 ‘비공채’ 출신”이라며 “일만 많아지고 공채 출신에 대한 보상은 없는 것 아니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MB보다 이회창 먼저 만나 구설도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차례로 예방했다.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이 전 총재의 자택에서 35분가량 비공개 회담을 가진 이 대표는 “제가 당 사무처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때 총재님을 모셨다”며 과거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이 전 총재가) 정치권에는 주류, 비주류가 다 있다. 비주류의 목소리도 있는 그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동해 MB를 만난 직후 “이 전 대통령과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은 저를 많이 예뻐했다”며 “적과 아군이 아닌 오랫동안 같이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MB보다 이 전 총재를 먼저 만난 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서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급하게 일정을 잡다 보니 순서가 꼬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갑), 부실장에 홍범식 변호사를 임명했다. 윤 의원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에 반대하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출마를 요구한 대표적 친박 의원이다. 홍 변호사는 4·13총선에서 서울 노원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원외 인사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정현#새누리당#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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