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재에도 폴크스바겐 딜러들 “문제없다” 구매 권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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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현장 가보니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고요, 검찰도 제대로 된 혐의를 못 잡으니까 시간만 끌면서 구체적인 건 없이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 매장 한 곳에서만 최근 열흘 동안 27대나 팔았어요. 만족도는 독일차를 따라올 수가 없죠.”

정부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차량 79종 7만9000여 대에 대한 인증을 추가로 취소하고 청문회 날짜를 22일로 공식 통보한 11일 오후. ‘사실상 시장 퇴출’이라는 해석까지 나왔지만 기자가 직접 찾아간 폴크스바겐 판매 현장은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폴크스바겐 판매량이 폭락하고 정부가 제재에 나서는데도 딜러(판매원)들은 “전혀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폴크스바겐 매장을 찾았다. “정부가 제재한다는데 괜찮은 거냐”고 묻자 딜러는 “당시든 지금이든 법적으로 전혀 걸릴 게 없다. 보상 얘기가 나오는 것은 도의적인 것일 뿐”이라며 “정부가 말로만 제재한다고 하는데, 불법 행위를 못 찾아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배기가스 인증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되는 차량 956대를 압수했고, 폴크스바겐의 인증담당 임원을 구속했다.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강북에 있는 다른 매장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매장에는 폴크스바겐의 친환경 캠페인 문구인 ‘싱크 블루’가 적혀 있고 풍력발전소와 나무의 그림도 걸려 있었다. 기자가 “폴크스바겐을 산다고 하면 놀리는 사람도 많다”고 하자 딜러가 “부러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저희가 준비한 할인율이 지금 맥스(최대치)”라며 엔진오일 무상교환 혜택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1∼6월)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1% 줄었고, 지난달만 따지면 1년 전에 비해 57.6%나 감소했다. 딜러의 말대로 폴크스바겐 측이 엄청난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도 점차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가 제재에 들어가자 폴크스바겐 구매를 후회하는 소유주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골프’를 구매한 회사원 안모 씨(29)는 “기업의 잘못으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놀리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골프와 티구안 구매자 커뮤니티에는 “신호대기하고 서 있으면 눈총받는 기분”, “혹시 철수하면 애프터서비스는 어떻게 되는 건지…”, “이 정도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텐데” 등의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강해령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년
#폴크스바겐#정부#제재#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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