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뇌관 된 ‘영남권 신공항’… TK-PK 갈등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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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산의원들 정진석 면담 다음날, 대구의원들 정진석 찾아가 “개입 말라”
더민주 부산시당, 유치 촉구 행사도

《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부산 가덕도(부산 지지)와 경남 밀양(대구 울산 경북 경남 지지)을 놓고 힘겨루기가 한창이어서다. 그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4·13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운데 부산 의원들은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TK(대구경북)에선 부산이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검토되기 시작한 영남권 신공항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지역 갈등으로 무산된 바 있어 이르면 이달 말 입지 선정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 與 신공항 싸움 뛰어든 더민주 ▼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두고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다. 전날 새누리당 부산 지역 조경태 김세연 김도읍 의원이 정진석 원내대표와 지역 시민단체의 면담을 주선하자 2일 대구 지역 의원들이 ‘정치적 개입’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대구 울산 경북 경남 지역 의원은 경남 밀양을, 부산 지역 의원은 부산 가덕도를 각각 지지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대구 지역 조원진 김상훈 윤재옥 의원은 이날 정 원내대표를 찾아가 비공개 면담을 했다. 윤 의원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공항 문제가 정쟁거리가 되지 않도록 저희들 입장을 전했고 정 원내대표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말자’는 게 핵심”이라며 “면담에서 가덕도의 ‘가’, 밀양의 ‘밀’자도 안 꺼냈다”고 강조했다. 부산 의원들을 향해 “정부의 결정에 따르라”고 경고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TK(대구경북)가 밀양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4·13총선에서 부산 지역 국회의원 5명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부산시당 차원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8일부터는 부산역 광장에서 천막 농성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면 신공항은 당연히 가덕도로 오는 게 맞다”며 “지금 대통령부터 시작해 의사결정 라인이 전부 TK로 이뤄져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대구 출신인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 등이 신공항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부산 지역의 한 여권 관계자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면 야당의 공이 되고, 실패하면 여당의 탓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의 압박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책 사업인 신공항 문제로 지역주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권의 개입과 극심한 지역 갈등으로 신공항 선정을 백지화했던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차길호 기자
#영남#신공항#더민주#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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