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사태 대비 증액 불가피”… 내년 400兆 슈퍼예산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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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하반기 ‘내수살리기’ 경제정책 집중
정부, 최저임금 단계별 인상 추진… 공기업-기금 활용해 재정투입 효과

정부가 하반기(7∼12월)에 7조 원 이상의 재정 보강을 하기로 한 것은 상반기에 재정을 앞당겨 쓴 탓에 하반기에 ‘재정절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올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재정 조기집행 중심의 단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축소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재정 장애(fiscal drag)’에 빠질 경우 성장률의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다만 중앙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처럼 직접적인 재정 투입보다는 공기업과 기금을 활용해 재정 투입과 동일한 정책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2조 원 규모의 ‘전력 신산업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전 출자로 재원을 마련해 에너지 신산업 분야 투자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재정 악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다. 추경을 편성하면 국채 발행으로 인해 재정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예산안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앙정부의 예산 총지출은 386조4000억 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중장기 예산계획)에 따르면 내년 총예산액은 올해 대비 2.7% 증가한 397조1000억 원 남짓이다. 구조조정 재원을 일부 반영하고 대량실업 사태에 대비한 실업급여 예산을 대폭 증액할 경우 내년도 예산안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이 넘는 슈퍼 예산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는 ‘소비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담긴다. 지난해 3, 4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보였던 민간소비는 올 1분기 오히려 0.3% 감소하며 역성장을 보였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를 6개월간 연장하고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내수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가계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한 소비 증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도시가스 요금 인하 등을 통해 가계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해서는 가계 소득 증대세제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기업에 고여 있는 여유자금을 가계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잘 구현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는 정부가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에 산업 개혁을 더해 추진하기로 한 ‘4+1 개혁’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실행계획)과 이를 위한 예산·세제·금융 지원책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흥업을 제외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모든 서비스업에 세제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성장률을 뒤늦게 2%대로 조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애초부터 성장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이 잇달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왔지만 정부는 ‘3%대 성장’을 고집스럽게 고수해왔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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