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北 노동자들, 뼈 빠지게 일하고 임금의 70% 뜯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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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3월 31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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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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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 주민들을 보내고 있다. 외국으로 내몰린 북한 노동자들의 실상은 어떨까.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1일 중동지역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건설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현지르포로 전했다.

이날 소개된 쿠웨이트의 한 신도시 건설현장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쿠웨이트에 진출해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3200명 정도다. 한때 4000명까지 외국에 나간 적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평양 출신으로 정식 취업비자를 받아 쿠웨이트로 오게 된다. 쿠웨이트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건설 사업을 맡은 쿠웨이트 회사가 북한회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으면, 북한회사가 신청자를 받아 심사를 거쳐 쿠웨이트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식이다.

북한 노동자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8시까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야간 외출이 금지돼 있다.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갖고 있지만 쿠웨이트 안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다.

북한 노동자들은 공식적인 휴일은 통상 매달 첫째 주 금요일이다. 토요일에는 ‘서기’라고 불리는 간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사상교육을 실시한다. 각 사업소에 파견된 보위부 요원은 노동자들의 작업실태와 언동, 특이동향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북한 노동자 한 사람이 받는 월급은 통상 830~1000 달러(약 110만 원)다. 이 중 40%를 북한 당국에 헌납한다. 북한 회사 운영비조 20%, 숙식비 10%, 보험·적립금 등을 추가로 제하고 나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170~200 달러(약 22만 원) 정도다.

월급은 현금으로 지급되지만 대부분 인력관리 간부에게 맡겨 놨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간부에게 일정액의 뇌물을 주고 공사장 밖에서 개인 노동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직접 쿠웨이트 주재 북한 무역은행을 통해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했지만, 2014년 불법 활동이 적발돼 현재는 월급을 모아 1년에 한두 번 정도 북한 간부를 통해 보내고 있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보위부 요원들은 노동자들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 이를 무마해 주는 뇌물의 액수까지 정해놓고 있었다. 한국영화 시청·인터넷 사용으로 적발됐을 경우 300달러(약 34만 원), 늦은 귀가는 100달러(약 11만 원), 현지 경찰에 적발되는 등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500달러(약 57만 원) 등이다.

각종 뇌물로 돈을 빼앗기자 북한 노동자들은 보위부 요원 등 간부들과 불법 밀주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에서는 종교 때문에 술을 만들거나 판매할 수 없어 이를 팔면 큰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6개월 정도 밀주를 제조하면 수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뇌물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북한 노동자들은 쿠웨이트에서 통상 3년 정도 일을 한 뒤 비자 갱신과 휴식을 위해 북한으로 돌아간 후 다시 쿠웨이트를 찾는다. 이렇게 두 번 정도 쿠웨이트에서 일을 하면 그 돈으로 북한에서 10년 정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수준이 높은 쿠웨이트를 선호하고 있지만, 간부들의 심한 갈취에 분개하며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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