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인, 비례 2번 ‘셀프 공천’ 대가로 문재인에 뭘 약속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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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 비례대표 순번 2번에 자신을 공천했다. 자신의 비례대표 전략공천 몫 3개 중 하나를 ‘셀프 공천’에 쓴 것이다. 더민주당 비례대표 순번 1번은 본래 여성에게 배정되기 때문에 순번 2번은 남성인 김 대표로서는 사실상 1번으로 당의 얼굴이다.

근래 당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은 당의 득표 목표치를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2012년 총선만 해도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은 15번이었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의 순번은 11번이었다. 김 대표는 따 놓은 당상인 2번을 집어 들었다. 그가 지난달 28일 취임 1개월 기자회견에서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 말은 빈말이 됐다.

김 대표는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당이 총선에서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19일 비대위 심야 회의에서 셀프 공천과 관련해 “대선 때까지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사심(私心)이 없었다면 셀프 공천을 해도 순번은 당이 최후의 안정권으로 보는 15번 안팎이어야 한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만 4번을 지냈고 올해 76세다. 다시 비례대표가 되면 80세까지 의원을 한다. 노욕(老慾)이요, 집요한 권력의지다.

김 대표는 자신의 나머지 비례대표 전략공천 몫으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김 대표가 몸담았던 서강대의 최운열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1, 6번에 배정했다. 박 교수가 방송 출연과 언론기고는 자주 했지만 김 대표가 공언했던 대로 “누가 봐도 1번감이구나” 싶은 인물은 아니다. 10위권 내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비례대표의 취지에 맞는 공천인지 의문이다.

더민주당이 어제 비례대표 후보자 43명의 순번결정 투표를 돌연 연기했다. 비대위가 사전에 A그룹(1∼10번), B그룹(11∼20번), C그룹(21∼43번)으로 나눈 것이 당헌 위배라는 설명을 하지만 김 대표의 셀프 공천으로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 진짜 이유로 보인다. 김 대표는 본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을 영입하면서 비례대표 2번을 제안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당시 “핀잔을 줬다”고 했지만 상황은 그 제안대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그 대가로 문 전 대표에게 뭔가를 약속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김종인#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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