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상향공천 ‘여론조작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휴대전화 주소지 ‘위장전입’… 여론조사 與 지지율 껑충
지지자 확보 과열… 경선 후유증 우려

휴대전화 안심번호까지 사용해 조직적 여론조작을 막고 최대한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특히 ‘경선 승리=당선’을 의미하는 일부 ‘텃밭’ 지역에서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행태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대전화 위장전입’이다. 대구 지역 당내 경선에 뛰어든 새누리당 한 예비후보의 지지자는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친인척 20여 명을 최근 자신의 주소로 옮겨 놨다. 경선이 끝나면 다시 원래 주소로 옮기면 된다고 설득한 뒤 휴대전화 이동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서 주소를 변경하게 했다.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언제든 통신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별다른 주민등록상 확인 절차 없이 자신의 주소를 옮길 수 있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또 다른 TK(대구경북) 지역 예비후보 사무실에서는 휴대전화 신규 개통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진행하면 이통사에서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샘플을 무작위로 추출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대구 지역 관계자는 “합법과 불법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고 있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실감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PK(부산경남) 지역의 한 의원실은 올해 초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고 의아해 했다. 그동안 야권 성향 유권자가 꾸준히 25∼30%로 조사됐던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과 창당 준비 중인 국민의당 등을 모두 합쳐 야권 지지율이 10%대를 겨우 넘긴 수치가 나온 것.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78.5%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월 조사에서 67%를 기록했던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권 성향의 지지자가 경선에서 새누리당의 약한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일부러 반대로 답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딱히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이 휴대전화 위장전입과 같은 부작용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결과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당이 과열 경선을 방치하고 있다”며 “주소 등록 기준 시점이라도 정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상향공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